
제2화
황금의 왕좌
시점 · 크로노스
왕좌는 차가웠다.
크로노스는 그 사실을 앉은 첫날 알았다. 오트리스산 꼭대기, 하늘이 떠나기 전까지 하늘과 가장 가까웠던 바위를 깎아 만든 자리였다. 형들이 그 바위에 금을 입혔다. 히페리온이 제 몸의 빛을 녹여 부었고, 크리오스가 별자리의 순서대로 등받이에 무늬를 새겼다. 누가 보아도 눈부신 자리였다. 그러나 밤이 되면 금은 바위보다 먼저 식었다. 크로노스는 등을 기대지 않고 앉는 버릇이 생겼다.
낫은 왕좌 옆 바위에 걸어 두었다. 칼집도 없이. 산을 오르는 자라면 누구든 왕보다 그것을 먼저 보도록.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알았다.
세상은 조용했다. 하늘은 아득히 물러나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고, 대지와 하늘 사이에 생긴 넓은 틈으로 처음으로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에는 아무 냄새도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썩지 않았고, 아무것도 불타지 않았다. 계절도 없었다. 열매는 따기도 전에 다시 맺혔고,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않았다. 훗날 이 시절은 황금의 시대라 불리게 된다.
크로노스만은 그 조용함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았다.
밤마다 그는 발밑을 들었다. 산은 높았고, 그 아래 대지는 더 깊었다. 그래도 들렸다.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었다. 바위를 타고, 금을 타고, 발바닥으로 올라오는 둔한 울림이었다. 쿵. 한참 뒤에, 다시 쿵. 키클롭스가 어둠 속에서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더 낮고 더 넓은 진동이 섞였다. 백 개의 팔이 한꺼번에 무언가를 긁는 소리였다.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산을 올라왔다. 처음에는 부탁했고, 그다음에는 물었다. 크로노스는 매번 일어나 어머니를 맞았고, 매번 같은 대답을 했다.
"곧입니다, 어머니. 세상을 먼저 바로 세워야 합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세상을 세우고 있었다.
크로노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형제들을 짝지어 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혼자 하늘이었다. 그래서 무너질 때도 혼자였다. 크로노스는 그것을 기억했다. 왕좌는 높을수록 아래를 받쳐 주는 손이 많아야 했다. 형제와 형제를 묶고, 그 자식과 자식을 다시 묶으면, 누구도 혼자서는 왕좌를 흔들 수 없었다. 혼자서 흔들 수 없다면, 함께 흔들 이유를 주지 않으면 되었다.
히페리온은 테이아를 얻었다. 둘 사이에서 해와 달과 새벽이 태어났다. 코이오스는 포이베를, 크리오스는 바다의 딸을 얻었다. 모두 기뻐했다. 크로노스는 혼례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잔을 들었고, 형제들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각도를 하나하나 기억했다.
세상의 끝에서는 오케아노스와 테티스가 이미 함께였다. 크로노스는 혼례 소식을 전하러 강의 집까지 직접 갔다. 맏형은 여전히 강물 위에 앉아 있었다. 산꼭대기의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얼굴로.
테티스의 무릎에 어린 딸 하나가 기대어 있었다. 회색 눈을 가진 아이였다. 크로노스가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는 한 번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웃지도 않았고, 겁먹지도 않았다. 그저 보았다. 무게를 다는 저울처럼.
"메티스라고 합니다." 테티스가 말했다. "우리 아이들 중에 가장 영리해요."
"아버지를 닮았군요." 크로노스가 말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오케아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크로노스는 그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의도, 반대도 아닌 침묵. 맏형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고리 바깥에 서 있었다.
이아페토스는 오케아노스의 딸 가운데 하나인 클리메네를 데려갔다. 고집 센 형에게 어울리는, 말수 적고 눈이 깊은 여자였다. 오래지 않아 둘 사이에 아들들이 태어났다.
첫째 아틀라스는 태어날 때부터 어깨가 넓었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바위를 끌어안고 일어섰다. 이아페토스는 그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형제들에게 자랑했다.
크로노스의 눈에 남은 것은 둘째였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아이였다. 먼저 생각하는 자. 아이는 잔치 한가운데서도 구석에 앉아 있었다. 형들이 웃고 누이들이 노래할 때, 그 아이는 누가 누구의 잔을 채우는지 보고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는지. 왕좌의 주인이 언제 웃고, 언제 웃는 척을 하는지.
크로노스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 눈빛을 알았다. 오래전, 아버지의 그늘 아래 구석에 앉아 있던 아이의 눈이었다.
그는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
"무엇을 보고 있니."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모두가 숙부님을 보고 있어요. 그런데 숙부님은 낫을 보고 있어요."
크로노스는 웃었다. 크게,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형제들이 따라 웃었다. 아이는 웃지 않았다.
그날 이후 크로노스는 잔치가 열릴 때마다 그 아이가 어디 앉아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구석에 있으면 잔을 들었고, 보이지 않으면 잔을 든 손이 멈췄다. 자신이 무엇을 확인하고 있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밤 크로노스는 레아를 아내로 맞았다.
누이 가운데 그를 가장 먼저 안아 준 것이 레아였다. 하늘이 비명을 지르던 밤, 모두가 환호할 때 박수를 치며 달려온 것도 그녀였다. 레아에게서는 언제나 젖은 흙과 풀 냄새가 났다. 어머니와 같은 냄새였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을 때, 크로노스는 오랜만에 손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레아가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어머니와 한 약속을 지켜. 혼례의 선물로."

땅속의 형제들이 올라온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였다.
크로노스가 직접 내려가지는 않았다. 형들이 대지의 깊은 틈을 열었고, 가이아가 그 틈을 넓혔다. 먼저 키클롭스 셋이 기어 나왔다. 오랜 어둠 때문에 그들의 외눈은 빛을 견디지 못했다. 브론테스가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비틀거렸다. 가이아가 그들을 끌어안았다. 대지가 떨렸다. 울음인지 웃음인지 알 수 없는 떨림이었다.
그다음에 헤카톤케이레스가 올라왔다.
틈이 그들을 다 내보내는 데 한나절이 걸렸다. 먼저 팔이 나왔다. 열, 스물, 쉰. 흙을 움켜쥐고, 바위를 짚고, 허공을 더듬었다. 그다음에 어깨가, 그리고 쉰 개의 머리가 솟아올랐다. 셋이 다 올라섰을 때 해가 가려졌다. 형제들 사이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크로노스는 그것이 자신의 숨이라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았다.
잔치가 열렸다. 가이아는 이 세상이 생긴 뒤 처음으로 웃었다. 키클롭스는 히페리온의 빛 아래서 손에 잡히는 것마다 두드려 보았다. 돌이 그들의 손에서 칼날처럼 얇아졌고, 금이 실처럼 늘어났다. 아르게스가 금실로 엮은 머리띠를 레아에게 바쳤다. 레아는 그것을 머리에 쓰고 웃었다.
브리아레오스는 기분이 좋았다. 그는 쉰 개의 입으로 동시에 노래를 부르다가, 장난스럽게 산봉우리 하나를 뽑아 들었다.
아무 힘도 들이지 않았다. 아이가 조약돌을 줍듯이. 봉우리에 붙어 있던 흙이 비처럼 쏟아졌다. 브리아레오스는 그것을 백 개의 손으로 이리저리 던지며 놀다가, 제자리에 도로 꽂아 놓았다. 산이 다시 땅에 박히는 소리가 오트리스까지 울렸다. 형제들이 박수를 쳤다.
크로노스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등을 기대지 않고. 손바닥 아래에서 금이 식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브리아레오스가 산을 다루던 그 백 개의 손이, 이번에는 이 산을 향한다면. 이 왕좌를 향한다면. 낫 한 자루로 막을 수 있는가.
막을 수 없었다.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그 순간 크로노스는 아버지를 이해했다. 키클롭스의 외눈을 보고 얼굴을 돌리던 하늘을. 백 개의 팔이 허공을 휘저을 때 뒷걸음질 치던 하늘을. 그것은 혐오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신보다 강한 것을 보았고, 그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을 뿐이다.
아버지가 틀린 것은 그 방법이었다. 크로노스는 생각했다. 어머니의 몸속은 너무 얕았다. 어머니가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날 밤 잔치가 끝나고 모두 잠들었을 때, 크로노스는 낫을 들고 산을 내려갔다.
형제들 중 둘을 깨웠다. 히페리온과 이아페토스였다. 둘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크로노스가 낫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 다 낮에 브리아레오스가 산을 뽑아 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키클롭스는 쉽게 잠들어 있었다. 오랜만의 빛과 술에 지쳐서. 헤카톤케이레스가 문제였다. 쉰 개의 머리는 한꺼번에 잠들지 않았다. 몇은 늘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들은 어린아이의 눈이었다. 형제가 다가오는 것을 경계할 줄 몰랐다.
크로노스는 브리아레오스의 머리맡에 섰다. 깨어 있던 머리 하나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언가를 묻는 눈이었다. 크로노스는 대답하는 대신 낫을 들어 올렸다. 날이 달빛을 받아 한 번 번쩍였다. 브리아레오스의 그 머리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땅속에서 들었던 아버지의 비명. 그날 밤 대지 전체를 울렸던 소리를.
백 개의 팔이 동시에 굳었다.
그다음은 길지 않았다. 그들은 싸우지 않았다. 싸우는 법을 아직 몰랐다. 크로노스는 그들을 대지의 틈으로 다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머니의 품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길었다. 청동 모루를 떨어뜨리면 아홉 낮과 아홉 밤을 떨어져야 바닥에 닿는다고 훗날 사람들이 말하게 될 깊이였다. 흙냄새가 먼저 사라졌다. 그다음에는 온기가, 그다음에는 방향이 사라졌다. 위와 아래를 가를 수 있는 것은 손에 쥔 낫의 무게뿐이었다. 히페리온의 몸에서 나오던 빛은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그의 손바닥 하나만 겨우 밝혔다. 헤카톤케이레스는 그 좁은 빛을 따라 걸었다. 백 개의 손이 벽을 더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끝없이 따라왔다. 크로노스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대지의 바닥을 지나, 어머니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하늘이 대지에서 떨어진 거리만큼, 대지 아래로 다시 그만큼 내려간 곳. 빛은 물론이고 소리조차 늦게 도착하는 곳. 그곳을 타르타로스라 불렀다. 청동 문이 있었고, 그 문 앞에서는 공기가 쇠처럼 무거웠다. 크로노스는 형제들을 그 안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문 앞에 파수꾼을 세웠다. 대지의 가장 어두운 틈에서 끌어낸 괴물, 캄페였다. 허리 아래로 수많은 뱀이 꿈틀대고 등에서 전갈의 꼬리가 솟은 여자. 잠들지 않는 것이었다. 캄페는 크로노스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웃는 것인지 위협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크로노스는 상관하지 않았다. 문을 지키기만 하면 되었다.
올라오는 길에 히페리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아실 거다."
"아시겠지." 크로노스가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손이 닿지 않으실 겁니다."
산꼭대기에 돌아왔을 때 동이 트고 있었다. 히페리온의 아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빛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크로노스는 왕좌에 앉았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날 처음으로 왕좌에 등을 기댔다.
가이아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오기 전에 산을 올라왔다.
이번에는 한 달을 기다리지 않았다. 산이 그녀의 발밑에서 저절로 몸을 낮췄다. 바위가 갈라지며 길을 냈고, 풀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오트리스의 꼭대기에 섰을 때, 왕좌를 덮은 금에 바닥부터 가는 틈이 번지기 시작했다.
형제들이 모여들었다. 아무도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레아만이 기둥 뒤에서 어머니와 남편을 번갈아 보았다. 머리에는 아직 아르게스의 금실 머리띠가 얹혀 있었다.
"아이들이 없어졌다." 가이아가 말했다.
"제가 데려다 놓았습니다." 크로노스가 말했다. 일어서지 않았다.
"어디에."
"어머니가 다시는 아프지 않으실 곳에."
가이아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지가 침묵했다. 바람도 멈췄다. 산꼭대기에 선 모두가 발밑이 조금씩 꺼지는 것을 느꼈다. 땅이 숨을 참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느낄 수 없다." 가이아가 마침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분노보다 더 무거운 것이 실려 있었다. "내 몸속에 있을 때는 아팠다. 그래도 느낄 수는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너는 그 아이들을 내게서 잘라 냈구나. 네 아버지보다 깊이."
"아버지는 어머니 안에 가두었습니다. 그래서 무너졌지요." 크로노스가 말했다. "저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실수."
가이아가 그 말을 따라 했다. 그녀는 왕좌 옆 바위에 걸린 낫을 보았다.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건넨 것.
"그 낫을 너에게 준 날, 나는 네 눈이 두려움을 이긴 눈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말했다. "아니었구나. 너는 두려움을 이긴 게 아니었다. 두려움에게 왕좌를 내준 것이다."
크로노스의 손가락이 왕좌의 팔걸이를 쥐었다. 금이 그의 손 아래에서 조금 휘었다.
"이제 그만 내려가시지요, 어머니."
가이아는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에게서 비 온 뒤의 흙냄새가 났다. 크로노스가 아주 어렸을 때 그 냄새 속에서 잠들었었다.
"네 아버지가 하늘 끝에서 한 말을 기억하니."
"저주였습니다. 패배한 자의."
"아니다."
가이아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그래서 산꼭대기의 모두가 그것을 들었다.
"저주가 아니었다. 예언이었다. 나도 들었고, 나도 안다. 대지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먼저 느낀다. 씨앗이 싹트기 전에 흙이 먼저 아는 것처럼." 그녀는 아들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너는 네 자식의 손에 쓰러질 것이다, 크로노스. 네가 네 아버지에게 한 그대로."
크로노스는 일어섰다. 처음으로.
그는 어머니보다 컸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아니라고,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은 아버지와 다르다고. 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중 무엇도 아니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태어납니까."
가이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지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먼저 느낄 뿐, 그 일이 어떻게 오는지까지 말해 주지는 않았다. 그녀는 아들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풀이 시들어 있었다. 황금의 시대에 처음으로 시든 풀이었다.
그해 처음으로 서리가 내렸다.
아무도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다. 아침에 풀잎 끝이 하얗게 굳어 있었고, 손으로 만지면 녹으며 손끝을 따끔하게 찔렀다. 형제들은 그것을 신기해했다. 크로노스는 신기해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를 향해 등을 돌렸다는 뜻이었다.
레아는 서리 내린 아침마다 맨발로 풀밭을 걸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발자국 모양으로 서리가 녹아 검은 흙이 드러났다. 레아는 그것이 어머니가 보낸 편지라도 되는 것처럼 오래 내려다보았다. 크로노스가 무엇을 보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날 산꼭대기에서 레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편도, 남편 편도 들지 않았다. 다만 그 뒤로 아르게스의 금실 머리띠를 다시는 머리에 얹지 않았다.
그는 이제 왕좌에 등을 기대지 않았다. 밤마다 귀를 기울였다. 땅속은 조용했다. 타르타로스는 너무 깊어서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래가 아니었다. 옆이었다.
레아가 잠든 숨소리였다.
어느 밤 레아가 그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배 위에 얹었다. 웃고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여전히 젖은 흙과 풀 냄새가 났다.
"느껴져?"
크로노스는 느꼈다. 손바닥 아래, 아주 작고 아주 고집스러운 움직임을. 무언가가 안쪽에서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쿵.
한참 뒤에, 다시 쿵.
크로노스는 손을 떼지 않았다. 레아가 다시 잠들 때까지. 그리고 그 뒤로도 오래,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로, 왕좌 옆 바위에 걸린 낫이 어디쯤 있는지를 헤아리고 있었다.
— 제2화 끝 —
이야기 속 유물
로마인들은 크로노스를 농경의 신 사투르누스와 같은 신으로 여겼다. 화산재에 묻혔던 폼페이의 이 벽화에서 그는 겨울 망토로 머리를 감싼 채 낫을 들고 서 있다. 하늘을 벤 낫은 로마에 이르러 곡식을 거두는 낫이 되었고, 그가 다스리던 시절은 겨울도 굶주림도 없던 황금시대로 기억되었다.
〈낫을 든 사투르누스〉, 작자 미상 (폼페이 디오스쿠로이의 집 벽화), 1세기,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2.0, 저작자: Carole Radd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