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화
돌
시점 · 레아
첫아이는 딸이었다.
레아는 그 아이가 처음 숨을 쉬는 소리를 들었다. 젖은 숨이었다. 작은 가슴이 한 번 크게 부풀었다가 가라앉고, 그다음에 울음이 터졌다. 오트리스의 바위가 그 울음을 받아 메아리로 돌려보냈다. 레아는 아이를 가슴에 올려놓았다. 따뜻했고, 생각보다 무거웠다. 머리카락에서 막 구운 빵 같은 냄새가 났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레아는 웃었다. 그 아이에게 헤스티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화로. 집 한가운데서 꺼지지 않는 불.
크로노스는 해가 기울 무렵 들어왔다.
그는 문가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레아는 남편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이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아이를 안은 그녀의 팔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윽고 그가 다가와 무릎을 굽혔다. 손을 내밀었다.
"안아 봐도 되겠소."
레아는 아이를 건넸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였다.
크로노스는 아이를 받아 들었다.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는 아이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아이가 그의 엄지손가락을 움켜쥐었다. 크로노스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짧은 움직임이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레아가 본 것은 그의 등이었다. 넓고, 곧고,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는 등. 그의 어깨가 한 번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를 아주 힘들여 삼키는 소리였다.
크로노스가 돌아섰을 때, 그의 손은 비어 있었다.
레아는 남편의 빈손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슬픔도, 기쁨도, 미안함도. 오직 일을 하나 끝낸 자의 피로만이 눈가에 고여 있었다.
"아이가 어디 있어요."
크로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레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방을 나갔다. 바깥에서 그가 왕좌에 앉는 소리가 났다. 금이 바위에 닿는 소리.
레아는 빈 팔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아이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 온기가 다 식을 때까지, 그녀는 팔을 내리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레아는 왕좌 앞에 섰다. 크로노스는 낫을 닦고 있었다. 마른 천으로, 날의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그는 아내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를 돌려줘요."
"그 아이는 안전하오." 크로노스가 말했다. 낫의 날에 비친 그의 눈이 레아를 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소. 누구도 그 아이를 해칠 수 없고, 그 아이도 누구를 해칠 수 없는 곳에."
레아는 그 말의 뒷부분을 오래 생각했다. 그 아이도 누구를 해칠 수 없는 곳. 남편이 지키고 있는 것은 아이가 아니었다.
두 번째 아이도 딸이었다. 데메테르. 아이의 손바닥에서 마른 보리 냄새가 났다.
레아는 이번에는 아이를 내주지 않았다. 크로노스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아이를 품에 꽉 끌어안고 고개를 저었다. 크로노스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기다렸다. 레아가 잠들 때까지. 대지의 딸도 출산 뒤에는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그녀의 품은 비어 있었고, 포대기만 그녀의 가슴 위에 개켜져 있었다.
세 번째 아이 헤라가 태어났을 때, 레아는 아이를 안고 형제들을 찾아갔다.
히페리온의 집은 언제나 밝았다. 그 빛 속에서 레아는 무릎을 꿇고 오빠의 옷자락을 잡았다. 히페리온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그는 누이의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고, 그다음에는 창밖을 보았다. 오트리스의 꼭대기가 보이는 쪽이었다.
"막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너도 알잖니." 히페리온이 말했다. 그의 빛이 조금 흐려져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함께 타르타로스에 다녀왔다. 그 아이는 형제도 가두었다. 자식이라고 다를 것 같으냐."
테미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아가 찾아갔을 때 그녀는 저울을 닦고 있었다. 오랫동안. 레아가 돌아설 때까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날 밤 크로노스가 헤라를 데려갔다.
네 번째는 아들이었다. 레아는 그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지 않으려 했다. 이름을 붙이면 더 아팠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 처음 눈을 떴을 때, 그 검은 눈동자가 너무 깊어서 그녀는 그만 이름을 불러 버렸다. 하데스. 보이지 않는 자.
다섯 번째 아이 포세이돈은 태어나자마자 발버둥을 쳤다. 그 아이가 울 때 멀리 바다 쪽에서 파도가 일었다. 크로노스는 그 아이를 받아 들 때 처음으로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다섯 번. 레아는 다섯 번 아이를 낳았고, 다섯 번 빈 팔을 내려다보았다.
밤이면 그녀는 남편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크로노스는 그것을 화해의 표시로 여겼다. 아니었다. 레아는 듣고 있었다. 남편의 넓은 가슴 아래, 심장보다 더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쿵.
한참 뒤에, 다시 쿵.
아이들은 죽지 않았다. 신의 아이들은 죽지 않았다. 그들은 아버지의 어둠 속에서, 레아가 손을 뻗을 수 없는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빛을 본 적 없이.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레아는 그 소리를 세며 잠들었다. 그리고 잠든 남편의 얼굴이 아이처럼 평온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다.
여섯 번째 아이가 배 속에서 처음 움직인 날, 레아는 산을 내려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 히페리온의 아들이 아직 빛을 끌어올리지 않은 시각이었다. 발밑의 풀에는 서리가 앉아 있었다. 그날 이후 황금의 시대에도 겨울이라는 것이 생겼다. 해마다 조금씩 길어졌다.
레아는 서리를 따라 걸었다. 시든 풀이 이어진 길이었다. 어머니가 산을 내려가며 남긴 길. 그 길은 들판을 지나고 강을 건너 대지의 움푹한 곳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땅이 한숨처럼 꺼져 있었다.
가이아는 거기 있었다. 아니, 거기가 가이아였다. 레아가 무릎을 꿇자 흙이 그녀의 무릎을 받아 주었다. 따뜻했다. 서리 내린 들판 한가운데서 그곳만이 따뜻했다.
"오래 걸렸구나." 땅이 말했다.
레아는 고개를 숙였다. 산꼭대기에서 어머니가 남편에게 예언을 들려주던 날, 그녀는 기둥 뒤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편도, 남편 편도 들지 않았다. 그 침묵의 값을 그녀는 다섯 번 치렀다.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레아가 말했다.
"안다."
"그런데도 도와주실 건가요."
흙 속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움직였다. 대지가 몸을 뒤척이는 것이었다. 레아의 손바닥 아래로 뿌리들이 지나갔다.
"크로노스는 내 아이들을 내게서 잘라 냈다." 가이아가 말했다. "내 몸속에 있을 때는 아팠지만, 그래도 나는 그 아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타르타로스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이야. 내가 낳은 아이를 내가 만질 수 없다는 것. 그게 어떤 것인지 이제 너도 알겠지."
레아는 대답 대신 자신의 배에 손을 얹었다.
그때 하늘 끝에서 낮은 천둥이 한 번 울렸다. 구름도 없는 하늘이었다. 레아는 고개를 들었다. 아득히 물러난 하늘은 여전히 별을 거느린 채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아버지도 듣고 있었다. 막내아들에게 베인 그날 이후 한 번도 대지를 내려다보지 않던 하늘이, 지금 이 움푹한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아버지도 안다." 가이아가 말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동의한 것은 아주 오랜만이구나."
"그 아이는 지금 네 아이들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자기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을, 아버지보다 더 깊이." 가이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내 남편에게 낫을 겨누었다. 이제 내 아들에게 겨눌 차례다. 이번에는 내 손이 아니라 네 손으로."
"어떻게요."
"그 아이는 하나를 놓칠 것이다." 대지가 말했다. "하나만 놓치면 된다."
가이아는 남쪽을 가리켰다. 바다 건너, 해가 가장 먼저 데우는 섬. 크레타. 그 섬의 산들은 속이 비어 있었다. 대지가 아주 오래전, 무언가를 숨겨 둘 날을 위해 파 놓은 동굴들이었다.
"아이를 거기서 낳아라. 그다음은 내가 받으마." 가이아가 말했다. "그리고 네 남편에게는 무언가를 안겨 주어야겠지. 그 아이가 받아 들고, 무게를 달고, 삼킬 만한 것을."
레아는 어머니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단순한 일인지에 놀랐다.
그날 밤 레아는 바다를 건넜다. 배는 없었다. 대지가 바닷속에서 등을 들어 올려 징검돌 같은 섬들을 이어 주었다. 그녀는 섬에서 섬으로 걸었다. 바다가 발목을 적셨고, 소금이 마르면서 살갗을 당겼다. 배 속의 아이는 파도 소리에 맞춰 발을 굴렀다. 레아는 걸음을 멈출 때마다 배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바다 한가운데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오트리스의 불빛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크레타의 밤은 짐승 냄새가 났다.
염소와 백리향과 젖은 바위의 냄새. 레아는 릭토스 근처의 산자락에서 아이를 낳았다. 아무도 없었다. 다섯 번의 출산 때마다 곁에 있던 누이들도, 산파 노릇을 하던 님프들도 없었다. 그녀는 바위를 붙잡고 혼자 아이를 낳았다. 바위가 그녀의 손아귀에서 부서졌다. 대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 고통을 받아 주었다.
아이는 아들이었다.
울음이 컸다. 이전의 다섯 아이 중 누구보다도. 레아는 놀라서 아이의 입을 손으로 막을 뻔했다. 바다 건너 오트리스까지 들릴 것 같았다. 그러나 섬은 조용했다. 산이 그 울음을 삼켜 주고 있었다.
레아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번에는 오래 안았다. 아이의 손가락 개수를 세었다. 열 개. 발가락도 열 개. 아이가 눈을 떴다. 회색도 검은색도 아닌, 번개가 치기 직전의 하늘 같은 색이었다. 레아는 그 눈 속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을.
"제우스."
그녀는 아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처음으로, 내줄 필요가 없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동이 트기 전에 땅이 움직였다. 레아의 발밑에서 흙이 부드럽게 솟아올라 두 팔처럼 아이를 감쌌다. 가이아였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할머니의 품은 따뜻하고 넓었다.
"데려가마." 땅이 말했다. "속이 빈 산으로. 거기서 이 아이는 자랄 것이다. 크로노스가 결코 내려다보지 않을 곳에서."
훗날 사람들은 그 아이가 자란 동굴이 어디였는지를 두고 다투게 된다. 딕테산이라는 이도 있었고 이데산이라는 이도 있었다. 레아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흙이 아이를 감싸 안고 산속으로 가라앉던 모습. 아이의 작은 손이 마지막까지 그녀 쪽으로 뻗어 있던 것.
그녀는 이번에도 빈 팔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이번 빈 팔은 달랐다.
돌은 강가에서 골랐다.
레아는 크레타의 개울을 따라 내려가며 돌을 하나씩 들어 보았다. 너무 가벼운 것은 버렸다. 너무 무거운 것도 버렸다. 너무 각진 것, 너무 매끄러운 것. 그녀는 다섯 아이를 품에 안아 본 어미였다. 갓난아이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 무게가 팔 어디에 걸리는지 알았다.
해가 중천에 왔을 때, 그녀는 그것을 찾았다.
둥글고 길쭉한 회색 돌이었다. 물살에 오래 씻겨 모서리가 없었다. 두 손으로 들었을 때, 그 무게가 팔꿈치 안쪽에 정확히 걸렸다. 갓 태어난 아이의 무게였다.
레아는 그 돌을 한참 동안 내려놓지 못했다. 팔에 걸리는 무게가 너무 익숙했다. 다섯 번 안았고, 다섯 번 빼앗긴 무게. 개울물이 발목을 스치며 흘러갔다. 그녀는 돌을 품에 안은 채 그 자리에 서서, 아무도 없는 강가에서 작게 흔들어 보았다. 아이를 재울 때처럼.
레아는 돌을 햇볕에 올려놓았다. 오래. 돌이 사람의 살처럼 데워질 때까지. 그동안 그녀는 포대기를 짰다. 다섯 아이를 위해 짰던 것과 같은 실, 같은 무늬였다. 마지막 매듭을 지을 때 손이 떨렸다. 그녀는 매듭을 풀고 다시 지었다.
돌을 포대기에 감쌌다. 한 겹, 두 겹. 끝자락을 접어 넣었다. 그러고는 품에 안아 보았다.
따뜻했다. 무거웠다. 그녀의 팔이 그것을 아이로 기억하려 했다. 레아는 그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오트리스로 돌아온 것은 사흘 뒤 밤이었다.
산꼭대기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크로노스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등을 기대지 않고. 레아가 산을 내려간 날부터 그는 잠들지 않았다고 했다. 히페리온이 그녀를 보자마자 눈을 피했다.
크로노스가 일어섰다.
그는 아내를 보았다. 그다음에 아내의 품을 보았다. 레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다리가 떨릴 것 같았다. 그녀는 왕좌 앞까지 걸어가서, 남편 앞에 섰다.
"어디 있었소."
"멀리요." 레아가 말했다. "이번만큼은 혼자 낳고 싶었어요."
크로노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다섯 번 그랬던 것처럼. 두 손을, 조심스럽게.
레아는 포대기를 건넸다.
그 순간이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길었다. 포대기가 그녀의 팔을 떠나 남편의 팔로 옮겨 가는 동안, 그녀는 크로노스의 손목을 보았다. 무게를 받는 순간 손목이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갓난아이의 무게였다. 그녀가 고른 무게.
크로노스는 포대기를 내려다보았다. 한 겹 걷으면 보일 것이었다. 회색 돌의 둥근 이마가. 그의 손가락이 포대기 끝자락에 닿았다.
레아는 숨을 쉬지 않았다.
포대기에서 온기가 올라왔다. 햇볕에 데운 돌의 온기. 크로노스의 손가락이 그 온기 위에서 멈췄다.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이의 울음을, 아이의 꿈틀거림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잠들었어요." 레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오는 내내 울어서."
크로노스는 포대기 끝자락을 걷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몸을 돌렸다. 레아는 그의 등을 보았다. 넓고, 곧고,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는 등. 어깨가 한 번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오래 걸렸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소리가 두 번, 세 번 났다. 무언가 무겁고 단단한 것이 아주 힘겹게 넘어가는 소리였다.
크로노스가 돌아섰을 때, 그의 손은 비어 있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그는 손등으로 그것을 닦았다. 그리고 레아를 보았다.
레아는 울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다섯 아이를 잃는 동안 한 번도 남편 앞에서 울지 않았던 눈물이, 그제야 한꺼번에 쏟아졌다. 크로노스는 아내를 끌어안았다. 그는 그 눈물을 여섯째를 잃은 어미의 눈물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레아를 구했다.
그날 밤 크로노스는 잠들었다.
여러 날 만의 잠이었다. 그는 왕좌에 앉은 채로 고개를 떨구었고, 처음으로 등을 기댔다. 금이 식어 차가웠을 텐데도 그는 깨지 않았다. 레아는 그 옆에 앉아 남편의 숨소리를 들었다. 깊고 고른 숨. 이긴 자의 숨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남편의 가슴에 귀를 댔다.
쿵.
한참 뒤에, 다시 쿵.
그리고 그 아래로, 이전에는 없던 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아주 둔하고, 아주 무거운 소리. 무언가 단단한 것이 어둠 속에서 다른 아이들 사이로 천천히 굴러 내려가는 소리였다.
레아는 눈을 감았다. 바다 건너 아주 먼 곳, 속이 빈 산 어딘가에서 갓난아이 하나가 울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울음을 덮으려고, 누군가 청동 방패를 두드리기 시작할 것이었다.
— 제3화 끝 —
이야기 속 유물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의 제단 부조는 바로 이 장면을 새겨 두었다. 머리를 가린 레아가 두 팔로 포대기를 내밀고, 낫을 든 크로노스가 의자에서 손을 뻗는다. 이 그림은 1811년 프랑스의 고고학자 밀랭이 그 부조를 선으로 옮긴 판화다.
〈크로노스에게 포대기에 싼 돌을 건네는 레아〉, 로마 제단 부조를 옮겨 그린 판화 (밀랭 『신화 갤러리』 수록), 1811 (원작 부조는 2세기 하드리아누스 시대), 원작: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 위키미디어 커먼즈, 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