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화
술잔
시점 · 제우스
술은 꿀 냄새가 났다.
제우스는 항아리를 기울이며 그 냄새를 맡았다. 오트리스의 술은 크레타의 것과 달랐다. 더 진하고, 더 달고, 끝에 쇠 맛이 났다. 금으로 만든 그릇에 너무 오래 담겨 있었던 탓이라고 시중꾼들은 말했다. 제우스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이 산의 모든 것에서 쇠 맛이 났다. 바람에서도, 돌에서도, 왕좌 옆 바위에 걸린 낫에서 흘러내리는 그림자에서도.
그는 이 산에 들어온 지 열흘째였다.
강의 신이 보낸 선물. 그것이 그의 자리였다. 메티스가 그렇게 꾸몄다. 세상 끝에서 아무 편도 들지 않던 맏형이, 마침내 막내 왕에게 고개를 숙이는 뜻으로 술 시중꾼 하나를 올려 보냈다고. 크로노스는 그 선물을 기뻐했다. 맏형의 침묵을 오래 견뎌 온 왕이었다. 그는 선물 자체보다 선물이 뜻하는 것을 더 반겼다. 그래서 선물의 얼굴은 보지 않았다.
메티스는 제우스에게 한 가지만 일렀다.
"고개를 들지 마. 눈만은 감출 수가 없어."
제우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열흘 동안 그는 왕의 발만 보았다. 금빛 샌들, 굳은살 박인 뒤꿈치, 왕좌 아래 바닥을 조급하게 두드리는 엄지발가락. 그는 그 발이 언제 멈추고 언제 움직이는지 외웠다. 왕이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를. 잔이 비었을 때 왕이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 번 두드린다는 것을.
오래전 어떤 막내도 이렇게 아버지를 관찰했을 것이다. 제우스는 그 생각을 떨쳐 냈다.
처음 산을 오르던 날을 그는 잊지 못했다. 메티스는 시녀의 모습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오트리스의 길은 넓고 반듯했다. 너무 반듯해서 걷는 이의 발소리가 산꼭대기까지 울렸다. 길가의 바위마다 금이 입혀져 있었고, 그 금은 아침 햇살을 받아 눈을 찔렀다. 그러나 금 아래의 바위는 얼어 있었다. 손을 대면 손바닥이 쩍 달라붙을 만큼.
산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제우스는 처음으로 그것을 가까이서 보았다. 크레타의 산정에서 바다 건너로 보았던 작은 금빛 점. 그것은 생각보다 컸고, 생각보다 낡아 있었다. 등받이에 새겨진 별자리 무늬의 홈마다 서리가 끼어 있었다. 그 왕좌 옆 바위에 낫이 걸려 있었다. 칼집도 없이. 날의 안쪽이 반들반들했다. 매일 닦는 자의 손이 닿은 자리였다.
"보지 마." 메티스가 그의 등 뒤에서 속삭였다. "낫도."
어머니는 그를 모르는 척했다.
레아는 왕비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크로노스의 오른편, 한 단 낮은 곳. 그녀는 새 술 시중꾼이 잔을 채울 때마다 시선을 다른 데 두었다. 제우스도 어머니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잔을 채우는 동안, 어머니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아주 작게 떨린다는 것을. 그 떨림은 그가 물러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닷새째 밤에 그는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잔치가 끝나고 시중꾼들이 물러간 뒤, 그는 빈 항아리를 치우러 연회장에 남아 있었다. 왕은 왕좌에 앉은 채 졸고 있었다. 레아가 그 곁에 앉아 남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요즘 배 속이 조용하오." 크로노스가 잠결처럼 말했다. "전에는 밤마다 두드렸는데."
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하니 오히려 잠이 안 오는구려." 왕이 중얼거렸다. 그의 손이 자신의 배 위에 놓였다. 아주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달래는 것처럼. "다들 자는 거겠지. 언젠가는 깨겠지만."
제우스는 기둥 그늘에서 그 손을 보았다. 아버지의 손은 크고 거칠었다. 그 손이 지금 다섯 아이와 돌 하나 위에 얹혀 있었다. 그는 그 손을 미워하려 애썼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열흘째 밤, 오트리스에서 잔치가 열렸다.
크로노스가 왕좌에 오른 날을 기리는 잔치였다. 하늘이 베인 그 밤. 티탄들이 모두 모였다. 히페리온은 빛을 두르고 왔고, 크리오스와 코이오스는 아내들을 데리고 왔다. 이아페토스는 두 아들을 데리고 왔다. 어깨가 산처럼 넓어진 아틀라스, 그리고 여전히 구석에 앉는 프로메테우스.
제우스는 항아리를 들고 그들 사이를 돌았다. 잔을 채우고, 물러나고, 다시 채웠다.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다. 술 시중꾼은 벽에 걸린 횃불과 같았다.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
프로메테우스의 잔을 채울 때였다.
"너는 왜 왕의 발만 보지?"
목소리가 아주 낮았다. 제우스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술이 잔의 가장자리까지 차올랐다. 한 방울도 넘치지 않았다.
"시중꾼은 원래 그렇습니다." 제우스가 대답했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니."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시중꾼은 잔을 봐. 너는 발을 보고 있어. 무언가를 세고 있는 사람처럼."
제우스는 항아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주 잠깐, 고개를 들었다.
프로메테우스의 눈이 거기 있었다. 깊고, 빠르고,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눈.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한 번 숨 쉬는 동안. 프로메테우스는 그 눈 속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번개가 치기 직전의 하늘 같은 색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시 구석의 어둠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제우스는 물러났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저 사촌은 입을 열지 않을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 밤은.
자정이 가까워졌다.
크로노스는 취해 있었다. 그는 왕좌에 비스듬히 앉아 형제들의 노래를 들었다. 하늘이 비명을 지르던 밤의 노래였다. 낫이 달빛을 받아 번쩍였다는 대목에서 티탄들은 잔을 높이 들었다. 크로노스는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짧았다. 그의 시선이 왕좌 옆 바위로, 칼집 없는 낫으로 잠깐 향했다가 돌아왔다.
팔걸이를 두 번 두드리는 소리.
제우스는 항아리를 들었다. 그의 허리춤, 옷자락 안쪽에 작은 병 하나가 묶여 있었다. 메티스의 회색 약. 그는 왕좌로 걸어가는 짧은 거리 동안 병마개를 엄지로 밀어 열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쿠레테스의 늙은 전사가 가르쳐 준 대로였다. 발이 먼저 움직이고, 손은 나중에 움직인다.
왕좌 앞에서 그는 무릎을 꿇었다. 항아리를 기울였다. 술이 금잔으로 흘러들었다. 그와 동시에 옷자락 안의 병이 기울었다. 회색 약이 술 줄기를 타고 소리 없이 섞여 들었다.
꿀 냄새가 올라왔다. 술의 꿀 냄새와, 그보다 조금 더 희미한 다른 단내. 검은 뿌리의 하얀 속살에서 나는 냄새였다.
크로노스가 잔을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그는 잔을 코앞에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한 번, 두 번. 제우스는 숨을 쉬지 않았다. 무릎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인 채로. 왕의 발이 보였다. 엄지발가락이 바닥을 두드리기를 멈추고 있었다.
"오늘 술은 더 다군."
크로노스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술 시중꾼을 내려다보았다.
제우스는 그 시선을 정수리로 느꼈다. 무거웠다. 할머니의 땅속 깊은 곳에서 울리던 목소리보다, 아말테이아를 들어 올리던 날 팔에 걸린 무게보다. 이 산 전체의 무게가 정수리 위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면 끝이었다. 왕은 그 눈을 알아볼 것이었다. 어머니를 닮은 이마와, 그 누구의 눈과도 다른 색을.
"강의 술입니다." 제우스가 말했다. 목소리를 낮게, 고르게. "오케아노스 님께서 이 밤을 위해 따로 보내셨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때 레아가 웃었다. 오트리스에 시집온 뒤 처음 내는 것 같은 큰 웃음이었다. 그녀가 일어나 남편의 팔에 손을 얹었다.
"맏오빠가 드디어 당신 잔을 채우네요." 그녀가 말했다. "마셔요. 그 오빠가 보낸 술을 거절하면, 다시는 아무것도 안 보낼 거예요."
크로노스는 아내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 웃음에 형제들이 따라 웃었다. 정수리의 무게가 걷혔다.
왕은 잔을 기울였다. 단숨에, 바닥까지.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크로노스는 빈 잔을 내려놓고 다시 노래를 들었다. 제우스는 항아리를 들고 물러났다. 한 걸음, 두 걸음. 기둥 뒤까지. 거기서 그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메티스가 거기 있었다. 그녀는 연회장 구석의 횃불 아래, 시녀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회색 눈이 왕좌를 향해 있었다. 그녀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노스가 기침을 했다.
한 번.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두 번. 노래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세 번째 기침에 왕은 왕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이 목을 움켜쥐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붉어졌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돌이었다.
그것은 황금 바닥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내며 굴렀다. 둥글고 길쭉한 회색 돌. 아직 낡은 천 조각이 엉겨 붙어 있었다. 한때 포대기였던 것. 돌은 연회장 한가운데까지 굴러가 멈췄다. 모두가 그것을 보았다.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레아만이 알았다. 그녀는 입을 막았다.
그다음은 빠르게 왔다. 크로노스가 무릎을 꿇었고, 연회장의 횃불이 일제히 흔들렸다. 바다 냄새가 났다. 소금과 파도의 냄새. 왕의 그림자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젖은 머리칼, 바닷빛 눈. 그가 첫발을 디딜 때 산 아래 멀리서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올라왔다. 포세이돈이었다.
그 뒤를 이어 검은 눈의 사내가 나왔다. 하데스. 그는 빛을 견디지 못해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다음은 세 누이였다. 하얀 팔의 헤라, 손에서 보리 냄새가 나는 데메테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먼저 삼켜졌던 맏누이 헤스티아.
그들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몸속,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얼굴도 모르고, 오직 서로가 두드리는 소리만을 들으며. 그들은 연회장의 횃불 아래 서서, 난생처음 보는 빛에 눈을 찡그렸다.
헤스티아가 가장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왕비의 자리에서 멈췄다.
"어머니."
레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
크로노스가 일어섰다.
그는 비틀거렸다. 입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그리고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다섯 아이와, 그들을 끌어안은 아내와, 바닥의 돌을.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그 대신 다른 무언가가 차올랐다. 제우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산꼭대기에서 금빛 점을 마주 보았을 때 자신의 몸 안에서 차오르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다만 방향이 반대였다.
두려움이었다.
왕의 손이 왕좌 옆 바위로 뻗었다. 낫을 향해.
"잔을 따른 놈."
크로노스가 고개를 돌렸다. 기둥 쪽으로. 그리고 그제야, 열흘 만에 처음으로, 술 시중꾼의 얼굴을 보았다.
제우스는 숨지 않았다. 그는 기둥 뒤에서 걸어 나와 연회장 한가운데, 돌이 멈춘 자리에 섰다.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크로노스의 손이 낫자루 위에서 멈췄다. 그는 그 눈을 보고 있었다. 번개가 치기 직전의 하늘. 그는 그런 색의 눈을 가진 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눈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하늘이 베이던 밤, 하늘 끝에서 떨어져 내리던 그 목소리가 무엇을 말했는지.
네 자식의 손에.
"너는." 크로노스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너는 돌이었다."
"아니요." 제우스가 말했다. 그는 발치의 돌을 주워 들었다. 갓난아이의 무게. 어머니가 고른 무게. "돌이 저였죠. 아버지가 저 대신 삼킨 거예요."
낫이 바위에서 뽑혀 나왔다.
연회장이 뒤집혔다. 티탄들이 일어섰다. 누군가 잔을 떨어뜨렸고, 누군가 횃불을 뽑아 들었다. 이아페토스의 큰아들 아틀라스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는 탁자를 밀어젖히고 연회장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산 같은 어깨가 횃불을 가렸다. 히페리온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와 연회장 전체가 대낮처럼 하얘졌다. 제우스는 그 빛 속에서 눈을 감지 않았다. 다섯 형제가 그의 등 뒤에 있었다. 아직 걷는 법도 서툰, 빛을 처음 보는 형과 누나들이.
그 와중에 단 한 사람만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구석의 프로메테우스. 그는 잔을 손에 든 채, 모든 것을 이미 본 사람의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 순간 바닥이 갈라졌다. 연회장 한가운데, 제우스와 형제들이 선 자리 바로 아래. 흙이 솟아올라 두 팔처럼 그들을 감쌌다. 젖은 흙과 풀 냄새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크로노스가 휘두른 낫이 허공을 갈랐다. 그 날 끝에 걸린 것은 흙먼지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흙이 덮이기 직전, 제우스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무너지는 흙 틈으로 연회장의 횃불이 보였다. 그리고 왕좌 앞에 낫을 쥐고 선 아버지가. 아버지는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아내를 보고 있었다. 다섯 아이를 놓아 보낸 빈 팔로 서 있는 레아를. 아니, 레아는 이미 거기 없었다. 흙은 그녀도 함께 감싸 안고 있었다.
땅이 그들을 삼켰다. 이번에는 내주기 위해서.

그들이 다시 빛 속으로 나온 것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오트리스 맞은편, 골짜기 건너의 높은 산. 산꼭대기는 구름에 반쯤 잠겨 있었다. 대지는 그들을 그곳에 내려놓고 조용히 가라앉았다. 제우스는 돌을 품에 안은 채 일어섰다. 그의 곁에 다섯 형제가, 어머니가, 그리고 회색 옷의 메티스가 있었다.
포세이돈이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바람을 처음 맞아 보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하데스는 바위 그늘에 앉아 눈을 감았다. 헤라는 사방을 둘러보며 산의 높이를 재고 있었다. 데메테르는 무릎을 꿇고 흙을 한 줌 쥐어 냄새를 맡았다. 헤스티아는 어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씩 제우스를 보았다. 막내. 가장 늦게 태어나 가장 먼저 빛을 본 아이. 그들이 어둠 속에서 들었던 그 둔하고 무거운 소리, 아이들 사이로 굴러 내려가던 돌의 주인.
헤스티아가 물었다.
"네 이름이 뭐니."
"제우스."
헤스티아는 그 이름을 몇 번 입안에서 굴려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헤라는 그 이름을 따라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막내를 오래 바라보았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무게를 다는 것처럼. 그 시선은 메티스의 것과 닮았지만 달랐다. 메티스의 눈은 무게를 달았고, 헤라의 눈은 자리를 재고 있었다. 이 막내가 앞으로 어디에 설 것인지, 그리고 자신은 그 곁 어디에 설 것인지.
포세이돈이 동생의 어깨를 쳤다. 아팠다. 형은 아직 제 힘의 크기를 몰랐다. "그러니까 네가 우리를 꺼냈다는 거지? 저 노인네 배 속에서?" 그는 다시 웃었다. 하데스는 바위 그늘에서 눈을 뜨지 않은 채 한마디만 했다. "시끄럽다." 그것이 형제들이 함께 나눈 첫 대화였다.
골짜기 건너편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길고 낮은 소리. 한 번, 다시 한 번. 소리는 산과 산 사이를 건너 이쪽까지 와서 메아리쳤다. 오트리스의 꼭대기에서 횃불들이 하나씩 켜지고 있었다. 하나, 열, 백.
티탄들이 모이고 있었다.
제우스는 품 안의 돌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따뜻했다. 그는 그것을 바위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언젠가 이 돌을 세상의 한가운데에 세워 두리라. 오늘을 잊지 않도록. 그러나 그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그는 골짜기 건너의 횃불을 마주 보았다. 이번에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 제6화 끝 —
이야기 속 유물
파우사니아스는 델포이에 크로노스가 삼켰다가 토해 낸 돌이 놓여 있고, 사람들이 날마다 그 돌에 기름을 붓는다고 적었다. 델포이는 세상의 배꼽, 옴팔로스라 불렸다. 지금 유적의 성스러운 길에 놓인 이 둥근 돌은 그 전설을 기리는 옴팔로스 가운데 하나다.
〈델포이의 옴팔로스〉, 현장 사진 (성스러운 길 위의 옴팔로스), 2018, 그리스 델포이 유적. 위키미디어 커먼즈, C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