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화
타르타로스로
시점 · 하데스
어둠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하데스는 그것을 아주 일찍 알았다. 아버지의 배 속에서. 빛을 본 적 없는 곳에서 그는 다른 형제들보다 오래 눈을 뜨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에도 결이 있었다. 깊은 어둠과 얕은 어둠, 따뜻한 어둠과 차가운 어둠. 그 결을 따라가면 누이들의 숨결이 어디서 오는지, 아우가 어느 쪽으로 몸을 뒤척이는지 알 수 있었다.
빛 속으로 나온 날, 그는 눈을 가렸다. 형제들은 그가 빛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는 빛이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 주는 것이 싫었다. 빛 속에서는 모든 것이 보였고, 그래서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10년 동안 그는 밤마다 골짜기로 내려갔다. 형제들은 그것을 정찰이라고 불렀다. 하데스에게 그것은 숨 쉬는 일이었다. 밤의 골짜기는 조용했고, 그는 그 조용함 속에서 비로소 제대로 보았다. 오트리스의 보초가 몇 번 하품을 하는지. 어느 바위 뒤에서 누가 졸고 있는지.
그리고 땅 밑에서 무언가가 울리는 것을.
처음 그것을 느낀 것은 셋째 해였다. 골짜기 바닥에 엎드려 있을 때, 배에 닿은 흙이 아주 희미하게 떨렸다. 쿵. 한참 뒤에, 다시 쿵. 하데스는 그 박자를 알았다. 아버지의 배 속에서 매일 듣던 박자였다. 그 자신이 두드리던 박자.
그 아래에 누군가 갇혀 있었다. 그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었다. 다만 그 뒤로 밤마다 골짜기에 내려갈 때면, 그는 꼭 한 번은 바닥에 엎드렸다. 배를 흙에 대고, 숨을 죽이고. 그 박자가 아직 이어지는지 확인했다. 해가 갈수록 소리는 약해졌다. 그러나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기다리는 자의 두드림이었다. 나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나갈 날을 셈하는 손.
아버지의 배 속에서 그는 다섯 중 넷째였다. 아들 가운데서는 첫째였다. 위로 누이 셋이 먼저 삼켜졌고, 그 뒤로 아우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늘 그 사이에 있었다. 누이들의 숨결과 아우의 발길질 사이에서. 누구의 편도 아니고, 누구의 앞도 아닌 자리. 그곳에서 그는 듣는 법을 배웠다.
출발은 열 번째 해, 첫서리가 내린 날 밤이었다.
진영 끝 바위 앞에서 헤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위에는 금이 아홉 줄 반 그어져 있었다. 마지막 줄은 절반에서 끊겨 있었다. 헤라는 그것을 손끝으로 쓸었다. 그러고는 하데스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청동 단검이었다. 금을 긋던 그 단검.
"끝까지 그어야 하니까." 헤라가 말했다. "돌아와서 돌려줘."
하데스는 단검을 받아 허리에 찼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헤라도 바라지 않았다. 그는 단검의 무게를 손바닥으로 가늠해 보았다. 가벼웠다. 아홉 해 반 동안 바위를 긁은 날 끝은 무뎌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그것이 지금 가진 어떤 창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누이가 열 번째 줄을 남겨 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헤스티아는 불씨 하나를 건넸다. 작은 질그릇 안에 담긴, 진영 한가운데 불에서 떼어 낸 불씨. "꺼지면 안 된다." 맏누이가 말했다. "이게 꺼지면 집으로 오는 길을 잃는다."
막내는 마지막으로 왔다. 제우스는 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래 얹고 있었다. 그 손이 무거웠다.
"문을 찾기만 해." 제우스가 말했다. "열지는 마. 혼자서는."
"알아."
"형."
하데스는 고개를 들었다. 막내가 그를 형이라고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돌아와."
하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막내의 손을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진영 뒤편 비탈, 대지가 입을 벌리고 있는 틈 앞으로 걸어갔다.
그날 저녁 막내는 그에게 물었었다. 왜 가겠다고 했느냐고. 헤라는 자기가 가기를 바랐고, 포세이돈은 늘 앞에 서기를 좋아했다. 하데스는 그 질문에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군막의 등잔이 다 탈 무렵에야 그는 한마디 했다.
"거기는 내가 잘 아는 곳이니까."
막내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하데스는 설명하지 않았다. 막내는 아버지의 배 속에 있어 본 적이 없었다. 돌이 그 자리를 대신했으니까.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막내는 이야기로만 알았다. 하데스는 몸으로 알았다. 그 차이를 말로 건너갈 수는 없었다.
틈은 할머니가 열어 둔 것이었다.
비탈 한가운데, 바위가 쪼개진 자리. 폭은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했다. 안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올라왔다. 아무 냄새도 없는 바람이었다. 하데스는 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을 흙에 댔다.
"가거라." 땅이 말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이 아래로 갈수록 작아질 것이었다. 하데스는 그것을 알았다. 타르타로스는 대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내가 데려다줄 수 있는 데까지는 데려다주마. 그다음은 네 눈만 믿어라."
하데스는 틈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걸었다. 비탈진 바위 길을, 벽을 짚으며. 헤스티아의 불씨가 질그릇 안에서 주먹만 한 빛을 냈다. 그 빛 밖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하데스는 불씨를 가슴께에 품고 빛을 가렸다. 그는 빛이 필요하지 않았다. 빛은 그가 어디 있는지를 다른 것들에게 알릴 뿐이었다.
길은 점점 가팔라졌다. 어느 순간 그는 걷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어느 순간, 발밑에서 바위가 사라졌다.
그는 떨어졌다.
오래 떨어졌다. 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셀 수 있었다. 숨 한 번, 두 번, 백 번. 그다음에는 셀 수 없었다. 위와 아래가 구별되지 않았다. 떨어지는 것인지 떠 있는 것인지도. 청동 모루를 떨어뜨리면 아흐레 낮과 아흐레 밤을 떨어져야 바닥에 닿는다는 곳. 아버지의 형제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그는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아흐레가 어떤 것인지 이제 알았다.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떨어지는 동안 오래된 것들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기억이 대신 보였다. 아버지의 목울대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던 어머니의 목소리.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던 소리. 하데스. 보이지 않는 자. 그 이름이 그가 삼켜지던 날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그다음은 누이 헤라가 손가락으로 벽을 두드리던 박자. 셋에 한 번씩 쉬던, 고집스러운 박자. 그리고 아주 나중에, 무언가 무겁고 둔한 것이 형제들 사이로 굴러 내려오던 소리. 돌이었다. 그때 그는 그것을 새 형제라고 생각했다. 몇 해 동안 그 돌에 등을 기대고 잤다.
어둠이 그의 몸을 감쌌다. 아버지의 배 속과 같았다. 아니, 달랐다. 그곳은 좁았고, 다른 형제들의 숨결이 있었고, 무엇보다 끝이 있었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렇게 넓을 수 있다는 것을, 하데스는 처음 알았다.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계속 보았다. 그리고 어둠의 결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위쪽의 어둠은 가벼웠다. 아래로 갈수록 무거워졌다. 공기가 쇠처럼 무거워졌다. 그것이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땅이 그를 받았다.
부드럽게. 마지막 순간에 흙이 솟아올라 그의 등을 받쳤다. 할머니의 손이 닿는 마지막 자리였다. 하데스는 그 흙 위에 오래 누워 있었다. 숨을 고르며. 품 안의 질그릇을 더듬었다. 불씨는 아직 살아 있었다.

타르타로스의 바닥은 소리가 늦게 왔다.
바닥은 메말라 있었다. 흙이 아니었다. 오래 굳어 갈라진 무언가였다. 손가락으로 긁으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맛을 보았다. 아무 맛도 없었다. 소금도, 쇠도, 썩은 것의 냄새도 없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것도 죽지 않는 땅. 바람이 불었다.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 그 바람은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하늘이 대지를 덮기 전부터, 처음의 텅 빈 틈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이었다.
하데스가 발을 내디디면, 발소리가 한참 뒤에야 귀에 닿았다. 마치 어둠이 소리를 한 번 삼켰다가 마지못해 뱉어 내는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주 천천히 걸었다. 발소리가 닿기 전에 이미 다른 곳에 있도록.
멀리 무언가가 빛났다. 희미한 금속빛. 하데스는 그쪽으로 걸었다. 빛은 점점 커졌다. 벽이었다. 아니, 문이었다. 청동으로 된 거대한 문. 그 위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양옆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문 표면에 녹이 슬어 있었다. 오래된, 아주 오래된 녹.
그리고 그 문에서 소리가 났다.
쿵.
한참 뒤에, 다시 쿵.
하데스는 걸음을 멈췄다. 그의 심장이 그 박자를 따라 뛰었다. 아버지의 배 속에서 매일 듣던 박자. 골짜기 바닥에 엎드려 셋째 해에 처음 느꼈던 박자. 그것이 지금 바로 앞에서 울리고 있었다. 청동 문 너머에서.
그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때 무언가가 움직였다.
문 앞의 어둠이었다. 하데스가 어둠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몸이었다. 거대하고, 구불구불하고, 쉬지 않고 꿈틀대는 몸. 허리 아래로 수많은 뱀이 엉켜 있었다. 등에서 전갈의 꼬리가 솟아 문 위의 어둠을 긁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여자의 상반신이 있었다. 문을 향해, 잠들지 않은 채로.
캄페.
하데스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숨을 멈췄다. 그는 이것을 배웠다. 10년 동안 골짜기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숨 쉬지 않는 것은 들리지 않는다.
캄페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그녀의 코가 공기를 들이켰다. 한 번, 두 번. 뱀들이 일제히 혀를 날름거렸다. 무언가를 맡았다. 하데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불씨였다. 질그릇 안의, 헤스티아의 불씨. 아무리 품에 감춰도 냄새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전갈의 꼬리가 그쪽을 향했다.
하데스는 생각하지 않았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쿠레테스가 막내에게 가르쳤다는 그 말처럼. 발이 먼저, 손은 나중에. 그는 질그릇을 품에서 꺼내 옆으로 굴렸다. 소리 없이. 그리고 반대쪽으로 몸을 던졌다.
질그릇이 바닥을 굴렀다. 그 소리는 한참 뒤에야 들렸다. 그러나 불씨의 냄새는 곧바로 퍼졌다. 캄페의 꼬리가 그쪽을 내리쳤다. 바위가 깨졌다. 질그릇이 깨졌다.
불씨가 꺼졌다.
하데스는 바위 뒤에 엎드려 있었다. 등 뒤로 캄페가 깨진 질그릇을 더듬는 소리가 들렸다. 뱀들이 쉬익거렸다. 그녀는 오래 그 자리를 뒤졌다. 그러다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다시 문 앞으로 돌아갔다.
하데스는 그 자리에 엎드린 채로, 아주 오래 움직이지 않았다. 뺨에 닿은 바닥이 차가웠다. 깨진 질그릇에서 마지막 연기가 한 줄기 피어올랐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불씨가 꺼졌다. 맏누이가 말했다. 이게 꺼지면 집으로 오는 길을 잃는다. 그는 이제 돌아갈 길의 빛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불씨가 꺼지자, 어둠이 오히려 선명해졌다. 하데스는 눈을 크게 떴다. 이제 모든 것이 보였다. 바위의 결, 바닥의 금, 그리고 캄페의 몸. 그녀의 허리 아래, 뱀들 사이에 무언가가 감겨 있었다. 쇠사슬이었다. 굵고 검은 쇠사슬. 그 한쪽 끝이 청동 문의 고리에 묶여 있었다.
그녀도 갇혀 있었다.
크로노스는 파수꾼마저 묶어 두었다. 그녀는 잠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잠들 수 없는 것이었다. 사슬이 닿는 곳까지만 움직일 수 있는, 문의 일부였다.
하데스는 사슬의 길이를 눈으로 쟀다. 그리고 그 사슬이 닿지 않는 곳, 문의 가장 왼쪽 끝을 보았다.
그는 바위 뒤에 앉아 숨을 골랐다. 목이 말랐다. 이 아래에는 물이 없었다. 헤라의 단검이 허리에서 차갑게 느껴졌다. 그는 그 칼자루를 쥐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는 이 어둠을 둘러보았다. 끝이 없는 바닥, 시작이 없는 바람, 소리를 삼키는 공기. 누군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사슬에 묶인 채로, 잠들지 못한 채로. 크로노스는 이곳을 감옥으로만 만들었다. 가두고, 묶고, 잊었다. 아무도 이곳을 다스리지 않았다. 하데스는 그 생각이 왜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쉽게 떠나지 않았다.
문의 왼쪽 끝까지 가는 데 하루가 걸렸다. 아니, 하루였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에는 낮도 밤도 없었다. 하데스는 숨을 셌다. 숨 천 번에 한 걸음씩. 캄페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멈췄다. 그녀가 다시 문을 볼 때까지.
마침내 손끝이 청동에 닿았다.
차가웠다. 그리고 떨렸다. 문 너머에서 두드리는 진동이 손바닥을 타고 팔로, 가슴으로 올라왔다. 하데스는 이마를 문에 댔다. 녹슨 청동의 쇠 맛 냄새가 났다. 그는 문틈을 찾았다. 아주 가는 틈. 바늘 하나 들어갈 만한.
그 틈에 입을 대고, 그는 속삭였다.
"들리나."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어둠 속에서 아주 오랜 침묵이 흘렀다. 하데스는 그 침묵을 견뎠다. 그는 침묵을 견디는 데 익숙했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올라왔다. 낮고, 갈라지고, 너무 오래 쓰지 않아 녹이 슨 목소리.
"누구냐."
"하데스." 그가 말했다. "크로노스의 아들."
문 너머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다 목소리가 먼저 물었다. "얼마나 됐지. 우리가 여기 들어온 지. 바깥은 얼마나 흘렀지."
하데스는 셈해 보았다. 하늘이 베인 밤부터, 황금의 시대, 여섯 아이가 삼켜진 세월, 그리고 10년의 전쟁. 그는 그 모든 것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주 오래." 그가 말했다.
문 너머에서 길고 낮은 숨소리가 났다. 웃음인지 한숨인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는."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어머니는 아직 우리를 기억하나."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게 그분이다." 하데스가 말했다.
그 대답에 문 너머가 한참 말이 없었다. 하데스는 아까 댄 그 이름이 저쪽에 어떤 무게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크로노스. 그들을 꺼냈다가 다시 이곳에 밀어 넣은 자. 낫을 들고 머리맡에 섰던 자.
"크로노스의 아들이 무엇을 하러 왔지." 목소리가 말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웠다. "우리를 더 깊이 묻으러 왔나."
하데스는 문틈에 눈을 댔다. 그 너머는 그에게도 완전한 어둠이었다. 그런데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를 보고 있었다. 하나의 눈이었다. 이마 한가운데 박힌, 거대한 외눈.
"아니." 하데스가 말했다. "나도 그의 배 속에 있었다. 오래. 빛을 본 적 없이. 너희처럼 벽을 두드리며."
그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청동 문을 두드렸다.
쿵.
한참 뒤에, 다시 쿵.
문 너머의 외눈이 깜빡였다. 그 눈 아래에서, 아주 오래된 무언가가 처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 저 깊은 곳에서, 하나가 아닌 소리가 대답했다. 백 개의 손바닥이 동시에 청동을 두드리는 소리. 쉰 개의 목이 한꺼번에 내는 낮은 울음.
쿵.
하데스는 이마를 문에 댄 채 눈을 감았다. 청동이 이마에서 조금씩 데워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 어둠 속에서 혼자가 아니었다.
등 뒤 멀리서, 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캄페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 제10화 끝 —
이야기 속 유물
크레타 고르티나에서 발견된 대리석상으로, 훗날 지하 세계의 왕이 된 하데스를 로마 시대의 모습으로 새겼다. 머리 위에 곡식을 담는 그릇을 이고, 발치에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를 거느렸다. 땅 밑을 다스리는 자는 동시에 땅 위의 곡식을 키우는 자로도 여겨졌다.
〈케르베로스와 함께 선 플루톤(하데스)〉, 작자 미상 (고르티나 이집트 신들의 성소 출토 조각군 일부), 2세기 중엽, 헤라클리온 고고학박물관 (그리스 크레타).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2.0, 저작자: Carole Radd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