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화
대장장이들
시점 · 제우스
하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첫날 밤, 제우스는 비탈의 틈 앞에서 기다렸다. 둘째 날도. 사흘째에는 헤스티아가 그의 곁에 와서 앉았다. 맏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영의 불을 지켰다. 그 불은 여전히 타고 있었다. 하데스에게 건넨 불씨가 꺼졌는지 아닌지, 이 위에서는 알 수 없었다.
닷새째에 헤라가 바위 앞에 섰다. 아홉 줄 반의 금. 그녀는 단검이 없어서 손톱으로 바위를 긁었다.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오래 긁었다.
이레째, 포세이돈이 틈 안으로 뛰어들겠다고 했다. 데메테르와 에피메테우스가 둘이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 포세이돈은 둘을 다 끌고 틈 앞까지 갔다가, 거기서 멈췄다. 틈 안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너무 차가웠다. 그는 처음으로 무언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것이 부끄러운지, 그날 밤 내내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아흐레째 새벽, 제우스는 메티스를 찾아갔다.
그녀는 진영 끝 바위에 앉아 손바닥을 펴고 있었다.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은 손바닥이었다. 제우스가 다가가자 그녀가 눈을 떴다.
"내려갈 거지." 메티스가 말했다.
"응."
"할머니가 그랬잖아. 문을 여는 건 하늘 아래를 걷는 자의 손이어야 한다고." 메티스는 손바닥을 접었다. "하데스는 문을 찾으러 갔어. 열러 간 게 아니라. 그건 처음부터 네 몫이었어."
"알고 있었어?"
"무게는 처음부터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어." 그녀가 말했다. "네가 그걸 직접 들어 보기를 기다렸을 뿐이야."
틈 앞에는 형제들이 모여 있었다. 헤라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데인 손바닥에 아직 흉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막내를 보자 고개를 돌렸다.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그 얼굴을 막내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포세이돈이 다가와 동생의 어깨를 쳤다. 이번에는 힘을 조절했다. 그가 처음으로 힘을 조절한 것이었다.
"나도 가려고 했어." 포세이돈이 말했다. "틈 앞까지 갔는데, 바람이 너무 차서."
"알아."
"다음엔 안 멈출 거야."
제우스는 형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레아가 마지막으로 다가와 아들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크레타에서 찢긴 발을 감싸 주던 그 눈으로. 이번에는 감쌀 것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들의 신발 끈을 다시 묶어 주었다.
틈 앞에서 제우스는 무릎을 꿇었다.
흙이 그의 손바닥 아래에서 따뜻하게 숨을 쉬었다. 크레타의 동굴에서 등을 대고 누우면 들려오던, 그 낮은 목소리의 온기.
"형이 살아 있어요?"
"살아 있다." 할머니가 말했다. "내 손이 닿는 마지막 자리 너머에서. 그 아이는 어둠 속에서 잘 숨는다. 숨는 것만큼은 너희 중 누구보다 잘하지."
제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틈 안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형이 겪은 것과 같았을 것이다. 비탈, 미끄러짐, 그리고 바닥이 사라지는 순간. 제우스는 떨어졌다. 그러나 형과 달리 그는 어둠에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 백 번의 숨 동안 그는 무언가를 붙잡으려 허공을 휘저었다.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바람뿐이었다.
그러다 그는 그만두었다. 팔을 거두고, 몸에 힘을 뺐다. 크레타의 요람이 생각났다. 땅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고 하늘에 닿지도 않는 곳. 그는 어린 시절 그곳에서 흔들리며 자랐다. 이것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리. 그 생각을 하자 떨어지는 것이 덜 무서웠다.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 흙이 솟아올라 그를 받았다. 할머니의 마지막 손길.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말했다.
"늦었네."
하데스는 바위 뒤에 앉아 있었다.
제우스는 형을 보지 못했다.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을 뻗었고, 손끝에 차가운 팔이 닿았다. 형의 팔은 아흐레 전보다 말라 있었다. 입술이 터져 있었다. 이 아래에는 물이 없었다.
"불씨는?" 제우스가 물었다.
"꺼졌어." 하데스가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여기선 없는 게 나아."
형은 제우스의 손을 잡고 바위 너머를 가리켰다. 제우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데스가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짚어 가며 보여 주었다. 저기 문이 있다. 문 앞에 그것이 있다. 그것의 허리에 사슬이 감겨 있다. 사슬은 문의 고리에 묶여 있다. 사슬이 닿는 곳까지가 그것의 세상이다.
"문 왼쪽 끝은 사슬이 닿지 않아." 하데스가 속삭였다. "나는 거기서 아흐레 동안 저 안의 형제들과 이야기했어. 저것은 그동안 내 냄새를 맡으려고 왼쪽 끝까지 몇 번이나 왔지. 사슬이 팽팽해질 때마다 멈췄고."
"문은 어떻게 열지?"
"안에서 밀면 열려." 하데스가 말했다. "저쪽에 백 개의 팔이 셋이야. 그들이 밀면 열려. 다만 그들이 문에 몸을 붙이는 순간, 저것이 안다. 저것은 문의 일부니까. 문이 흔들리면 저것이 깨어나 문 앞을 막아."
제우스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애쓰는 대신, 들으려고 했다. 형이 그랬던 것처럼.
들렸다. 문 앞을 서성이는 소리. 수많은 뱀의 비늘이 바닥을 쓰는 소리. 사슬이 끌리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아주 규칙적으로, 무언가 쉬익 하고 숨을 내쉬는 소리.
"저것도 갇혀 있어." 하데스가 말했다. "아버지가 묶어 놨어."
"알아." 제우스가 말했다. 그러고는 잠시 뒤 덧붙였다. "그래도 저건 문 앞에 서 있어."

그들은 순서를 정했다.
하데스가 문 왼쪽 끝으로 가서 안의 형제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제우스는 문 오른쪽, 사슬이 가장 팽팽해지는 쪽에서 기다린다. 형제들이 문을 밀기 시작하면 캄페는 문 한가운데로 달려올 것이다. 그때 제우스가 그녀의 앞을 막는다.
"무엇으로?" 하데스가 물었다.
제우스는 허리에서 방패를 풀었다. 진영에서 가져온 청동 방패. 크레타의 늙은 전사가 쓰던 것처럼 가운데가 움푹 꺼져 있었다. 그가 직접 수없이 두드려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방패는 몸을 가리는 게 아니래." 제우스가 말했다. "상대의 눈을 가리는 거래."
하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 헤라의 청동 단검이었다.
"이건 돌려줘야 하는 거야." 하데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잃어버리지 마."
형의 신호는 소리가 아니었다.
제우스는 그것을 발바닥으로 느꼈다. 바닥이 아주 작게 떨렸다. 한 번. 그리고 문 저 깊은 곳에서 대답이 왔다. 이번에는 떨림이 아니었다. 밀어내는 힘이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청동 문에 등을 대고, 온 무게를 실어 밀기 시작했다.
문이 신음했다.
오래된 청동이 휘는 소리. 녹이 가루가 되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위로, 사슬이 갑자기 팽팽해지는 소리.
캄페가 깨어났다.
그녀는 문 한가운데로 달려왔다. 뱀들이 바닥을 휩쓸었다. 전갈의 꼬리가 어둠을 갈랐다. 제우스는 그 소리를 향해 걸어 나갔다. 발이 먼저, 손은 나중에.
첫 번째 꼬리가 방패에 부딪혔다. 팔이 저렸다. 어깨까지 울렸다. 제우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두 번째 꼬리가 왔다. 이번에는 방패를 위로 들어 꼬리를 흘려보냈다. 뱀 하나가 그의 발목을 감았다. 차가웠다. 그는 발을 빼지 않고 그대로 밟아 눌렀다.
캄페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가까이 다가왔다. 제우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숨결이 느껴졌다. 오래된 숨결. 아주 오래 잠들지 못한 자의 숨결이었다.
등 뒤에서 문이 한 뼘 열렸다.
그 틈으로 무언가가 새어 나왔다. 빛이 아니었다. 열기였다. 수천 년 동안 쌓인, 쓰이지 못한 대장장이들의 열기.
캄페가 고개를 돌렸다. 문 쪽으로.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방패에서 벗어났다.
제우스는 방패를 내렸다. 그리고 헤라의 단검을 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어둠 속에서 아주 짧은 소리가 났다.
캄페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뱀들이 일제히 멈췄다. 전갈의 꼬리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녀의 몸이 사슬이 허락하는 만큼 기울어지다가, 그 끝에서 멈췄다. 제우스는 그 무게가 사슬에 온전히 실리는 것을 느꼈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울렸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제우스는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단검이 손에서 떨리고 있었다. 아니,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처음 알았다. 자신의 손도 떨릴 수 있다는 것을.
하데스가 어둠 속에서 다가와 그의 손에서 단검을 받아 들었다. 날을 자기 옷자락에 닦았다. 그리고 다시 허리에 찼다.
"누이에게는 내가 돌려줄게." 형이 말했다.
그들은 사슬을 풀었다. 문이 다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제우스는 캄페의 허리에 감긴 쇠사슬을 더듬어 매듭을 찾았다. 크로노스가 묶은 매듭이었다. 단단하고, 서두른 흔적이 없었다. 제우스는 그것을 오래 만지작거린 끝에 풀어냈다. 사슬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제 문의 일부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지키지 않아도 되었다.
하데스가 그 곁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파수꾼의 얼굴을 손으로 덮어 눈을 감겨 주었다. 잠들지 못하던 눈이었다.
문은 그 뒤로도 오래 걸려 열렸다.
마침내 청동이 비명처럼 갈라지며 양쪽으로 밀려났을 때, 그 너머의 어둠이 움직였다. 먼저 팔이 나왔다. 하나, 열, 쉰. 바닥을 짚고, 문틀을 붙잡고, 허공을 더듬었다. 그리고 산 같은 어깨가, 쉰 개의 머리가 차례로 솟아올랐다. 셋. 브리아레오스와 코토스와 기게스.
그들 사이로 외눈의 형제들이 걸어 나왔다.
브리아레오스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는 백 개의 팔 가운데 하나를 뻗어 하데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산봉우리를 장난감처럼 뽑아 들던 손이었다. 하데스가 몸을 굳혔다. 그러나 피하지 않았다. 그 손이 다음에는 제우스에게로 왔다. 손바닥이 제우스의 얼굴 전체를 덮을 만큼 컸다. 거칠고, 마르고, 따뜻했다.
"작구나." 브리아레오스의 쉰 개의 입 가운데 하나가 말했다. 다른 입 하나가 덧붙였다. "그래도 문을 열었구나." 셋 다 등이 굽어 있었다. 너무 오래 웅크리고 있었던 탓이었다. 맨 앞의 하나가 제우스 앞에 섰다. 이마 한가운데의 외눈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났다.
"브론테스." 그가 말했다. 천둥이라는 뜻의 이름이었다. "네가 문을 연 자냐."
"제우스." 제우스가 말했다. "크로노스의 아들."
외눈이 오래 그를 보았다.
"하늘의 아들이 우리를 가뒀다." 브론테스가 말했다. "하늘의 아들의 아들이 우리를 다시 가뒀다. 그런데 그 아들의 아들이 문을 열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다음은 무엇이냐."
제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밀었다. 빈손이었다.
"싸움이 있다." 그가 말했다. "위에서, 10년째. 우리에게는 창이 있고, 방패가 있고, 바위가 있다. 저쪽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브론테스의 손을 보았다. 굳은살이 바위처럼 박힌, 커다란 손이었다. "당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먼저 무언가를 두드린 손이라고 들었다."
브론테스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오래. 그 손이 아주 천천히 쥐어졌다가 펴졌다. 수천 년 동안 아무것도 쥐지 못했던 손이었다.
"불이 없다." 그가 말했다.
"없어." 하데스가 말했다. "가져온 불씨는 꺼졌어."
외눈의 형제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셋째가, 섬광이라는 이름의 아르게스가, 처음으로 웃었다. 갈라진 입술이 찢어질 만큼 크게.
"우리가 불이다."
그들은 타르타로스의 바닥에 모루를 세웠다.
모루는 문이었다. 그들을 가뒀던 청동 문을 브리아레오스가 백 개의 팔로 뜯어내 바닥에 눕혔다. 외눈의 형제들이 그 앞에 둘러섰다. 스테로페스가 문틀에서 떨어진 청동 덩어리를 주워 올렸다. 브론테스가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내리쳤다.
어둠이 찢어졌다. 주먹과 청동이 부딪친 자리에서 하얀 불꽃이 터졌다. 제우스는 눈을 감지 않았다. 감을 수 없었다. 열흘 만에 처음 보는 빛이었다. 아니, 그가 태어나 본 어떤 빛과도 달랐다. 해의 빛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횃불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날카롭고, 곧고, 하얬다. 그 빛이 지나간 자리의 공기에서 쇠 타는 냄새가 났다.
천둥이 그 뒤를 따랐다. 브론테스의 이름처럼. 섬광이 터지고 한 박자 뒤에 소리가 왔다. 타르타로스의 늦은 공기를 뚫고.
헤카톤케이레스는 둥글게 둘러앉아 그 빛을 지켜보았다. 백 개의 팔이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만드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얼굴이었다.
외눈의 형제들은 번갈아 내리쳤다. 천둥, 번개, 섬광. 청동이 그들의 손 아래에서 녹고, 늘어나고, 다시 굳었다. 제우스는 그 손놀림을 지켜보았다. 크레타에서 아드라스테이아가 금 고리를 엮던 손을 떠올렸다. 이것은 그것과 같았다. 다만 이것이 엮는 것은 장난감이 아니었다.
하데스에게 먼저 건네졌다. 투구 하나. 검고 매끄러웠다. 하데스가 그것을 머리에 쓰자, 그가 사라졌다. 제우스는 형이 서 있던 자리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형의 숨소리는 여전히 거기서 들렸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것이다." 스테로페스가 말했다.
제우스는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었다. 손끝에 형의 어깨가 닿았다. 형은 거기 있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하데스가 투구를 벗었다. 그의 얼굴이 다시 어둠 속에 떠올랐다. 웃고 있었다. 제우스는 형이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다음은 세 갈래의 창이었다. 끝이 셋으로 갈라진, 바닷물처럼 푸르게 빛나는 창. 아르게스가 그것을 하데스에게 건네며 말했다. 위에 있는, 첫발에 파도를 일으킨다는 자에게.
마지막으로 브론테스가 모루 앞에 섰다. 그는 오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외눈을 감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러고는 남은 청동을 모두 모아 한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손을, 자신의 이마에, 외눈 바로 위에 댔다.
빛이 그의 손바닥 안으로 흘러들었다.
브론테스가 손을 폈을 때, 그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모양이 없었다. 계속 움직였다. 갈라지고, 이어지고, 다시 갈라지는 하얀 빛의 덩어리. 그것은 쥐어지는 것이 아니라 붙잡혀 있었다. 놓으면 어디로든 달아날 것처럼.
"이것은 우리 이름이다." 브론테스가 말했다. "천둥과 번개와 섬광. 우리를 가둔 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
그는 그것을 제우스에게 내밀었다.
제우스는 손을 뻗었다. 손끝이 빛에 닿았다. 뜨겁지 않았다. 차갑지도 않았다. 다만 무언가가 그의 팔을 타고 올라왔다. 손가락에서 손목으로, 팔꿈치로, 어깨로. 그리고 가슴 한가운데에서 멈췄다. 산꼭대기에서 바다 건너 금빛 점을 마주 보던 날, 몸 안에서 차오르던 그것이었다. 이제야 그것에 모양이 생겼다.
그가 번개를 쥐었다.
타르타로스가 처음으로 환해졌다. 끝이 없는 바닥이, 시작이 없는 바람이, 뜯겨 나간 청동 문의 빈자리가. 그리고 그 빛 한가운데, 사슬에 기댄 채 영원히 잠든 파수꾼의 모습이.
제우스는 그 빛을 위로 들어 올렸다. 아주 높이. 아흐레를 떨어져 내려온 그 어둠의 끝을 향해.
아득히 먼 위쪽 어딘가에서, 산 하나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 제11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