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악셀 신화
번개가 갈라진 하늘 아래, 수많은 팔을 가진 거인들이 바위를 비처럼 던지고 세 갈래 창을 든 신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장면

그리스 신화 · 제1부 티탄의 몰락

제12화

백 개의 팔

시점 · 포세이돈

창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포세이돈은 그것을 처음 쥐었을 때 웃음이 나왔다. 세 갈래로 갈라진 끝, 바닷물처럼 푸르게 빛나는 자루. 하데스가 땅 밑에서 들고 올라와 그의 손에 쥐여 준 것이었다.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밀었다. 포세이돈이 받아 들자 형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바위 그늘로 들어갔다. 열흘 넘게 물 없는 곳에 있었던 형은 그 뒤로 사흘을 잤다.

포세이돈은 창을 휘둘러 보았다. 바람이 갈라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창끝이 지나간 자리에서 짠내가 났다. 진영 한가운데, 산꼭대기에서. 바다는 골짜기를 몇 개나 넘어야 있는데도.

그는 창을 거꾸로 쥐고 땅을 찍었다.

바위가 갈라졌다. 갈라진 틈에서 물이 솟았다. 맑고 차갑고, 혀에 대니 소금 맛이 났다. 물은 멈추지 않았다. 바위 사이로 흘러넘쳐 데메테르의 보리밭 쪽으로 흘러갔다. 데메테르가 비명을 질렀다. 기쁜 비명이었다. 10년 동안 그녀는 빗물만으로 보리를 키웠다.

포세이돈은 창을 들어 올려 그 끝을 보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자기가 첫발을 디딜 때 산 아래에서 파도가 일었는지. 왜 화가 나면 귀에서 물소리가 들렸는지. 그는 늘 무언가를 손에 쥐고 싶었다. 무엇인지 몰랐을 뿐.

땅 밑에서 올라온 이들은 진영에 다 들어오지 못했다.

백 개의 팔을 가진 형제들은 너무 컸다. 그들은 진영 뒤 비탈에 앉았다. 앉은 채로도 산봉우리만 했다. 쉰 개의 머리가 한꺼번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보는 하늘이었다. 그들은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별이 뜰 때까지.

외눈의 형제들은 진영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헤스티아의 불 바로 곁이었다. 그들은 첫날 밤부터 망치질을 시작했다. 진영의 부러진 창들이 그들의 손을 거쳐 다시 날을 세웠다. 무뎌진 방패가 다시 매끄러워졌다. 헤스티아는 불을 더 크게 피웠다. 그녀는 대장장이들이 그녀의 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피웠다. 그것이 손님을 맞는 방식이었다.

포세이돈은 비탈로 올라가 브리아레오스 앞에 섰다.

거인이 고개 하나를 숙여 그를 내려다보았다. 쉰 개 가운데 하나였다. 그 눈은 아이의 눈 같았다. 아니, 아주 오래 아이로 남아 있어야 했던 자의 눈이었다.

"산을 들 수 있다며." 포세이돈이 말했다.

브리아레오스는 대답 대신 팔 하나를 뻗었다. 비탈 아래의 바위 하나를 집어 들었다. 포세이돈의 키보다 세 배는 큰 바위였다. 거인은 그것을 손바닥 위에서 굴려 보았다. 그리고 조금 쑥스러운 듯이 다시 내려놓았다.

"나도 들 수 있게 될까." 포세이돈이 물었다.

쉰 개의 입 가운데 하나가 웃었다. 다른 입 하나가 대답했다. "너는 다른 것을 들게 될 거야."

그 대답의 뜻을 포세이돈은 그때 알지 못했다.

그는 비탈을 내려오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인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쉰 개의 머리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별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그들은 눈으로 좇았다. 포세이돈은 그 모습을 오래 보았다. 산을 장난감처럼 드는 자들이, 떨어지는 별 하나에 쉰 개의 눈을 다 쓰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이 거인들이 무섭지 않았다.

막내가 마지막 날을 정했다.

열 번째 해, 땅 밑의 형제들이 올라온 지 아흐레째 되는 날. 군막 안에 모두 모였다. 제우스는 번개를 손에 쥐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 그것은 쥐지 않아도 거기 있었다. 군막 안의 모든 그림자가 그쪽으로 기울었다.

"내일 아침." 제우스가 말했다. "골짜기로 내려간다. 전부."

메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메테우스가 오트리스의 배치를 다시 짚었다. 아틀라스가 가운데, 히페리온이 동쪽 비탈, 크리오스는 별의 길을 보고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크로노스는 산꼭대기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10년 동안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선봉은?" 헤라가 물었다.

군막 안이 조용해졌다. 모두 알고 있었다. 10년 동안 선봉은 늘 포세이돈이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그는 아틀라스에게 세 번 졌다.

제우스가 형을 보았다.

포세이돈은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무언가 농담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다음엔 이긴다고.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이 나왔다.

"틈 앞에서 멈췄어." 그가 말했다. "하데스를 찾으러 가려다가. 바람이 차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엔 안 멈춘다고 했지." 포세이돈은 막내를 보았다. "그게 내일이야."

제우스는 오래 형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포세이돈은 잠들지 못했다. 그는 아침에 창으로 찍었던 바위 앞으로 갔다. 물은 아직 솟고 있었다. 바위틈에서 작은 샘이 되어, 달빛을 받으며 흘렀다. 그는 그 곁에 앉아 창을 무릎에 눕혔다.

헤라가 왔다. 누이는 아무 말 없이 그의 곁에 앉았다. 둘은 한동안 물소리만 들었다. 아버지의 배 속에서 그는 누이 셋보다 늦게 들어갔다. 헤라가 벽을 두드리던 박자를 그는 기억했다. 그때 그는 그 박자에 맞춰 발길질을 했다. 누이가 시끄럽다고 더 세게 두드렸고, 그는 더 세게 찼다.

"무서워?" 헤라가 물었다.

"응."

누이는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포세이돈이 그렇게 대답한 것은 처음이었다. 헤라는 손을 뻗어 샘물에 담갔다. 차가웠다. 그녀는 젖은 손으로 동생의 이마를 한 번 짚었다. 그러고는 일어나 진영으로 돌아갔다. 포세이돈은 이마에 남은 물기가 마를 때까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날 아침 하늘은 잿빛이었다.

올림포스가 골짜기로 내려갔다. 처음으로, 전부. 헤스티아마저 불을 남겨 두고 왔다. 데메테르는 보리를 베던 낫을 들었다. 헤라는 하데스가 돌려준 단검을 허리에 찼다. 아홉 줄 반의 금을 그었던 단검이었다. 하데스는 투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직 쓰지 않은 채로. 에피메테우스는 커다란 방패를 들고 형 프로메테우스의 등 뒤에 섰다. 방패가 너무 커서 그의 얼굴까지 가렸다.

그리고 그들의 등 뒤로, 비탈 전체가 일어섰다.

백 개의 팔을 가진 형제들이었다. 셋이 일어서자 해가 가려졌다. 골짜기 건너편, 오트리스의 비탈에서 함성이 멈췄다. 포세이돈은 그 침묵을 들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침묵이었다. 저쪽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틀라스가 비탈을 내려왔다. 그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바위를 들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집채만 한 바위를 방패처럼 앞세우고. 그 뒤로 티탄들이 따랐다. 히페리온의 빛이 동쪽 비탈에서 번쩍였다. 크리오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외쳤다.

포세이돈은 앞으로 나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골짜기 한가운데, 10년 동안 스무 번씩 주인이 바뀌던 그 개울을 건너. 발밑의 진흙은 차가웠다. 부러진 창 자루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10년 동안 이 골짜기에 떨어진 것들이었다. 그는 그것들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곧 그만두었다. 등 뒤에서 막내가 무언가 외쳤다. 들리지 않았다. 귀에서 물소리가 났다. 아주 큰 물소리.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

아틀라스가 그를 보았다. 네 번째였다.

거인은 웃지 않았다. 다만 조금 의아한 얼굴이었다. 왜 또 왔느냐는 듯이. 그는 바위를 들어 올렸다. 포세이돈의 머리 위로.

그 순간 하늘이 갈라졌다.

포세이돈은 그것을 소리로 먼저 알았다. 아니, 소리가 아니었다. 몸 전체로 들어온 무언가였다. 하늘 꼭대기에서부터 땅 밑바닥까지 한 번에 꿰뚫는 울림. 그리고 빛이 왔다. 하얗고, 날카롭고, 곧은 빛. 그것이 아틀라스의 바위를 정통으로 때렸다.

바위가 터졌다.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포세이돈은 창을 머리 위로 들었다. 조각들이 창에 부딪혀 사방으로 튀었다. 아틀라스가 비틀거렸다. 그의 손에 남은 것은 바위의 밑동뿐이었다.

포세이돈은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보았다. 올림포스의 비탈 꼭대기에 막내가 서 있었다. 한 팔을 높이 든 채로. 그 손끝에서 하얀 빛이 아직 갈라지고 있었다.

그다음은 한꺼번에 왔다.

번개가 다시 내리쳤다. 한 번, 열 번, 셀 수 없이. 히페리온의 빛이 그 앞에서 촛불처럼 꺼졌다. 크리오스가 읽던 별들이 하얀 섬광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땅이 흔들렸다. 바다가 끓어올랐다. 골짜기의 개울이 증기가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세상의 테두리를 도는 강, 오케아노스의 물마저 들끓는다는 것을 포세이돈은 발밑의 진동으로 알았다.

그리고 백 개의 팔이 움직였다.

골짜기 곳곳에서 형제들이 싸우는 것이 보였다. 하데스가 투구를 썼다. 그가 사라졌다. 그리고 크리오스의 곁에서,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누군가 그의 다리를 걸었다. 별을 읽던 티탄이 진흙 속에 쓰러졌다. 헤라는 단검을 들고 동쪽 비탈을 올랐다. 히페리온의 빛이 꺼진 자리로. 데메테르가 그 뒤를 따랐다. 보리를 베던 낫이 그녀의 손에서 이상하게 잘 어울렸다.

에피메테우스는 커다란 방패를 들고 형 프로메테우스 앞에 섰다. 날아드는 돌조각이 방패를 때렸다. 동생은 물러서지 않았다. 처음으로 형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 방패 뒤에서 골짜기 전체를 보고 있었다. 무엇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형 아틀라스가 어디에 있는지.

브리아레오스와 코토스와 기게스. 그들은 비탈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내려올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선 채로 바위를 집었다. 한 손에 하나씩. 백 개의 손에 백 개. 셋이니 삼백.

삼백 개의 바위가 한꺼번에 날았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바위들이 해를 가렸다. 그것은 비가 아니었다. 산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다. 오트리스의 비탈 위로, 티탄들의 머리 위로. 한 번 던지고, 다시 집고, 다시 던지고. 백 개의 팔은 지치지 않았다. 그들은 아주 오래 기다렸다. 이 순간을 위해 몸속에 쌓아 둔 것이 있었다.

포세이돈은 그 바위들 아래에서 아틀라스와 마주 서 있었다.

거인은 바위를 잃었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맨손으로 포세이돈을 향해 걸어왔다. 산 같은 어깨가 날아드는 바위 조각들을 튕겨 냈다. 그는 위를 보지 않았다. 오직 앞만 보았다. 무서운 것이 없는 자의 걸음이었다.

포세이돈은 창을 낮게 쥐었다. 손바닥이 땀에 젖어 미끄러웠다. 그는 자루를 한 번 더 고쳐 쥐었다.

세 번 졌다. 첫 번째는 창이 부러졌다. 두 번째는 밀려서 개울에 빠졌다. 세 번째는 아틀라스가 그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려 비탈 아래로 던졌다. 그때마다 그는 웃으며 돌아왔다. 다음엔 이긴다고.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아틀라스의 주먹이 날아왔다. 포세이돈은 피하지 않았다. 대신 창을 땅에 꽂았다.

땅이 갈라졌다. 그의 발밑에서부터 아틀라스의 발밑까지, 한 줄로. 그 틈에서 물이 솟았다. 아침에 진영에서 솟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바다였다. 골짜기 밑바닥에서 바다가 터져 나왔다. 짜고, 차갑고, 무겁게. 그것이 아틀라스의 다리를 휘감았다.

거인이 처음으로 균형을 잃었다.

그 순간 포세이돈은 창을 뽑아 들고 앞으로 뛰었다. 발이 먼저, 손은 나중에. 막내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막내는 크레타의 늙은 전사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한 번도 따른 적이 없었다. 늘 손이 먼저였고, 함성이 먼저였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창의 세 갈래 끝이 아틀라스의 가슴 앞에서 멈췄다.

찌르지 않았다. 멈췄다. 손가락 한 마디 거리에서. 거인의 숨결이 창날에 닿아 김이 서렸다.

아틀라스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바닷물이 그의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다. 머리 위로는 삼백 개의 바위가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오트리스의 비탈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형제들의 함성이 하나씩 끊기고 있었다.

거인의 얼굴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포세이돈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틈 앞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았을 때, 자기 얼굴에 떠올랐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무섭지." 포세이돈이 말했다.

아틀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어." 포세이돈은 창을 거두지 않았다. "그래도 왔어."

거인은 오래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위를 보았다. 쏟아지는 바위들을. 그 너머의 갈라진 하늘을. 하얀 빛이 그 하늘을 수없이 찢고 있었다.

그때 바위 하나가 그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아틀라스는 그것을 받아 냈다. 쓰러지지 않았다. 두 번째 바위가 떨어졌다. 그것도 받아 냈다. 세 번째, 네 번째. 바위들이 그의 어깨 위에 쌓였다. 거인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바닷물 속에 선 채로, 무너지는 산을 어깨로 받치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포세이돈은 창을 내렸다.

그는 거인 곁에 오래 서 있었다. 바닷물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골짜기 밑바닥으로, 처음 솟았던 틈으로. 물이 빠진 자리에 조개껍데기와 해초가 남았다. 이 골짜기에 처음으로 바다의 흔적이 생겼다. 포세이돈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긴 자리에 무언가를 남겼다. 부순 것이 아니라, 남긴 것을.

해 질 녘, 빠져나가는 바닷물 속에 무릎 꿇은 채 어깨에 바위를 이고 있는 거인과 그 곁에 삼지창을 든 신, 먼 봉우리 위 낫을 든 그림자

해가 질 무렵, 골짜기는 조용해졌다.

오트리스의 비탈은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 바위 언덕이 새로 솟아 있었다. 삼백, 육백, 셀 수 없는 바위가 쌓인 언덕. 그 아래 어딘가에 티탄들이 있었다. 히페리온도, 크리오스도, 코이오스도. 죽지 않았다. 신들은 죽지 않았다. 다만 바위 아래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백 개의 팔을 가진 형제들은 그제야 손을 내렸다. 브리아레오스가 쉰 개의 입으로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 그 숨이 골짜기의 증기를 걷어 냈다.

포세이돈은 아직 바닷물 속에 서 있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바위 언덕 끝으로 걸어왔다. 에피메테우스가 커다란 방패를 끌며 그 뒤를 따랐다. 두 형제는 무릎 꿇은 형 앞에 섰다. 아틀라스가 고개를 들었다. 어깨 위의 바위가 그 움직임에 맞춰 조금 흔들렸다.

세 형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프로메테우스가 손을 뻗어 형의 턱에 난 오래된 흉터를 만졌다. 아틀라스는 피하지 않았다. 에피메테우스가 울음을 터뜨렸다. 소리 내어, 아이처럼. 포세이돈은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그가 보아서는 안 되는 것 같았다. 아틀라스는 바위 언덕의 끝자락에서 무릎을 꿇은 채, 여전히 어깨에 바위를 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내려놓지 않았다.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인지, 내려놓지 않는 것인지 포세이돈은 알 수 없었다.

막내가 비탈을 내려왔다. 손끝의 빛은 이제 잦아들어 있었다. 그는 형 곁에 섰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위 언덕을 보았다.

"네 번째는 이겼네." 제우스가 말했다.

포세이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창을 내려다보았다. 세 갈래의 끝에서 바닷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긴 기분이 들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를 끝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았다.

그러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바위 언덕 너머, 아직 무너지지 않은 단 하나의 봉우리를.

오트리스의 꼭대기. 거기에 아직 누군가 서 있었다. 혼자서. 낫을 든 채로.

— 제12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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