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악셀 신화
산꼭대기 바위 위에 놓인 검은 투구 하나와 그 안으로 손을 뻗는 세 형제의 손

그리스 신화 · 제1부 티탄의 몰락

제14화

제비뽑기

시점 · 제우스

전쟁이 끝난 다음 날, 제우스는 늦게 일어났다.

열 해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진영의 모두가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났다. 해가 뜨면 오트리스에서 무언가가 날아올 수 있었으니까. 그날 아침에는 아무것도 날아오지 않았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 군막 안까지 들어왔을 때야 그는 눈을 떴다. 처음 든 생각은 이상하게도,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가니 진영이 바뀌어 있었다.

창들이 한쪽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방패는 포개져 있었다. 외눈의 대장장이들이 그 곁에 앉아 망치질 대신 무언가를 깎고 있었다. 나무였다. 아르게스가 나뭇조각으로 작은 새를 만들고 있었다. 브론테스가 그것을 보며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데메테르는 보리밭에 있었다. 포세이돈이 낸 샘이 밭고랑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보리가 하룻밤 사이에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자라 있었다. 헤스티아의 불은 여전히 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 위에 걸린 것은 창끝이 아니라 국 냄비였다.

제우스는 그 냄새를 맡으며 한참 서 있었다. 보리와 소금과 무언가 풀 냄새.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집의 냄새였다.

어머니는 헤스티아의 불 곁에서 베틀을 다시 세우고 있었다. 오트리스에 두고 온 베틀이 아니었다. 에피메테우스가 밤새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것이었다. 기둥이 조금 기울어 있었다. 레아는 그것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을 걸었다. 흙빛 실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색이었다. 보리처럼 누런, 새벽 하늘처럼 옅은.

"이번엔 뭘 짜요?" 제우스가 물었다.

"아직 몰라." 레아가 말했다. 북을 넘기는 손이 가벼웠다. "무엇을 감쌀지 모르는 채로 짜는 건 처음이야. 그런데 이번엔 그게 괜찮아."

진영 끝 바위 위에는 프로메테우스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는 형이 떠난 서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동쪽을 보고 있었다. 무릎 위에 흙 한 덩이를 올려놓은 채로.

헤라는 진영 끝 바위 앞에 있었다.

손에 단검이 들려 있었다. 하데스가 돌려준 그 단검. 바위에는 금이 아홉 줄 반 그어져 있었다. 열 번째 줄은 절반에서 멈춰 있었다.

제우스가 다가가자 헤라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끝까지 그을까, 말까."

"왜 망설여?"

"이걸 다 그으면 끝나는 거니까." 헤라가 말했다. 단검 끝이 바위 위에 멈춰 있었다. "열 해 동안 아침마다 이 바위 앞에 섰어. 내일부터는 뭘 하지."

제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누이의 손등을 보았다. 장작을 쥐었던 손바닥의 흉터가 손등까지 번져 있었다. 열 해의 첫서리가 그 손에 다 앉아 있었다.

헤라는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그리고 단검을 끝까지 내렸다.

돌 긁히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열 번째 줄이 바위 아래 끝에 닿았다. 헤라는 단검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바위 앞 흙에 꽂았다. 손잡이까지 깊게.

"됐어."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돌아섰을 때, 제우스는 처음으로 누이가 웃는 것을 보았다. 아주 짧게. 열 줄의 금 앞에서.

세상을 나누자고 먼저 말한 것은 메티스였다.

그날 저녁 군막에 모두 모였다. 형제들, 어머니,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비탈 쪽 군막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브리아레오스가 쉰 개의 머리 가운데 몇을 안으로 들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긴 다음이 더 어려워." 메티스가 말했다. "누가 무엇을 맡을지 정하지 않으면, 다음 전쟁은 여기서 시작돼."

포세이돈이 웃었다. "누가 무엇을 맡든, 막내가 왕이지. 번개를 쥔 게 막내니까."

레아가 실을 감던 손을 멈췄다. 그녀는 오래전 산꼭대기에서 막내 남편이 형제들을 짝지어 주던 날을 기억했다. 그때도 모두 막내를 왕이라 불렀다. 그 막내는 모든 것을 혼자 쥐었다.

군막 안이 조용해졌다.

제우스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포세이돈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나 형의 바닷빛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하데스는 바위 그늘 쪽에 앉아 투구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이 투구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고 있었다.

번개를 쥔 자가 왕.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제우스는 무릎 위의 번개를 내려다보았다. 쥐지 않아도 거기 있는 빛. 군막 안의 모든 그림자가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형들의 그림자도.

그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오트리스의 금빛 왕좌. 칼집 없이 바위에 걸어 둔 낫. 혼자 모든 것을 쥐었던 자. 그래서 모든 것을 두려워해야 했던 자.

"제비를 뽑자." 제우스가 말했다.

포세이돈의 눈썹이 올라갔다. 하데스의 손가락이 멈췄다.

"하늘과 바다와 땅 밑." 제우스가 말했다. "셋으로 나눈다. 우리 셋이 하나씩 뽑는다. 무엇이 나오든 그게 각자의 몫이야. 땅 위와 이 산은 모두의 것으로 남겨 두고."

"네가 하늘을 못 뽑으면?" 포세이돈이 물었다.

"그럼 형이 번개를 쥐는 거지."

포세이돈은 오래 동생을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번에는 눈까지 웃고 있었다.

제비는 메티스가 만들었다.

그녀는 진영 뒤 샘가로 가서 돌 세 개를 골랐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눈을 감고 무게를 달았다. 하나씩. 그리고 다시. 세 돌의 무게가 똑같아질 때까지 그녀는 돌을 바꿨다. 마지막으로 남은 셋은 크기도 모양도 거의 같은 둥근 흰 돌이었다.

외눈의 대장장이들이 그 돌에 표시를 새겼다. 아르게스가 하나에 갈라진 빛을. 스테로페스가 하나에 세 갈래의 물결을. 브론테스가 마지막 하나에 아무것도 새기지 않았다. 매끈한 돌 그대로.

"땅 밑에는 표시가 없어." 브론테스가 말했다. "거기는 보이지 않으니까."

돌을 담을 그릇이 필요했다. 하데스가 말없이 무릎 위의 투구를 내밀었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투구. 그 안에 손을 넣으면 손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쥐었는지 꺼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 세 개가 똑같은 무게가 되었을 때,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정한 제비였다. 그것만은 그도 미리 알 수 없었다.

메티스가 세 돌을 투구 안에 넣었다. 레아가 투구를 들고 흔들었다. 돌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는 그 소리를 오래 들었다. 그녀가 예전에 남편의 가슴에 귀를 대고 듣던 소리와 닮아 있었다. 무언가 단단한 것이 어둠 속에서 구르는 소리.

"누가 먼저 뽑지?" 헤스티아가 물었다.

"태어난 순서대로." 하데스가 말했다. 처음 꺼낸 말이었다. "아들 중엔 내가 먼저였어. 그다음이 포세이돈. 막내가 마지막."

헤라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제비를 뽑는 것은 셋이었다. 누이들은 그 안에 없었다. 헤스티아는 이미 말했다. 자기는 불 곁에 있겠다고. 데메테르는 보리밭이면 된다고 했다. 헤라만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투구를 보지 않고 막내를 보고 있었다. 무게를 다는 눈이 아니었다. 자리를 재는 눈이었다. 세 개의 돌 가운데 어느 것이 막내의 손에 들어갈지, 그리고 그 곁 어디에 자기 자리가 있을지.

"삼켜진 순서로는 그렇지." 포세이돈이 말했다.

"토해진 순서로는 반대고." 하데스가 말했다.

두 형이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제우스는 형들이 함께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

하데스가 먼저 손을 넣었다.

그는 오래 뒤적이지 않았다. 처음 닿은 돌을 쥐고 꺼냈다. 손바닥을 펴자 매끈한 흰 돌이 나왔다. 아무 표시도 없는.

군막 안이 숨을 죽였다. 땅 밑. 타르타로스가 있는 곳. 빛이 없고, 소리가 늦게 오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곳. 그곳을 영원히 다스리는 자리.

하데스는 그 돌을 오래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실망도, 분노도. 그러다 아주 천천히, 그의 입가가 움직였다.

"아무도 그곳을 다스리지 않았어." 하데스가 말했다. "가두기만 했지."

그는 돌을 손바닥에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품에 넣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자기 것이었던 물건처럼.

포세이돈이 다음이었다. 그는 투구 안에서 오래 손을 휘저었다. 남은 두 돌을 손끝으로 번갈아 만지며. 하나를 쥐었다가 놓고, 다른 것을 쥐었다가 다시 놓았다.

"빨리 해." 헤라가 말했다.

"하나는 번개고 하나는 바다야." 포세이돈이 말했다. "아무거나 쥐었다가 번개가 나오면 막내 얼굴을 어떻게 보냐."

그는 결국 하나를 쥐고 꺼냈다. 세 갈래의 물결이 새겨진 돌이었다.

포세이돈은 그것을 들여다보다가 크게 웃었다. 군막이 울릴 만큼. 그는 비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군막 문으로 들이민 브리아레오스의 머리 가운데 하나를 향해.

"너 알고 있었지." 포세이돈이 말했다. "다른 걸 들게 될 거라고."

쉰 개의 입 가운데 하나가 웃었다. 다른 입 하나가 말했다. "우리는 내일 내려간다."

군막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모두 알고 있었다. 백 개의 팔을 가진 형제들은 타르타로스의 새 문을 지키기로 했다. 스스로. 그곳을 아는 자들이니까. 문 안쪽에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 자들이니까.

"하데스가 왕이 되었네." 브리아레오스의 다른 입이 말했다. "그럼 우리는 왕의 문지기구나." 그 목소리에는 원망이 없었다. 오히려 무언가를 기다리던 자의 안도가 있었다. 하데스가 고개를 들어 거인을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품에 넣었던 매끈한 돌을 꺼내 브리아레오스에게 보여 주었다. 거인의 쉰 개의 눈이 그 돌 하나에 모였다.

마지막 돌은 뽑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제우스는 손을 넣었다. 투구 안은 차가웠다. 손이 보이지 않았다. 손끝에 남은 돌이 닿았다. 그는 그것을 쥐고 꺼냈다.

갈라진 빛이 새겨진 돌이었다. 손바닥 위에서 그 홈이 달빛처럼 희게 빛났다.

그는 그것이 손바닥에 놓인 것을 보았다. 기쁘지 않았다. 다만 무거웠다. 돌 자체는 가벼웠다. 그 돌이 뜻하는 것이 무거웠다.

하데스가 다가와 투구를 거두었다. 그는 동생의 손바닥 위 돌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투구를 머리에 썼다. 그가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형의 목소리만 들렸다.

"하늘은 너무 밝아서 나는 싫어." 하데스가 말했다. "잘됐다."

제우스는 웃었다. 형이 있던 자리를 향해. 다음 날 아침 하데스는 백 개의 팔을 가진 형제들과 함께 대지의 틈으로 내려갔다. 투구를 쓰지 않고, 맨얼굴로.

그날 밤 제우스는 진영 끝 바위에 혼자 앉아 있었다.

골짜기 건너 오트리스가 보였다. 꼭대기는 반쯤 무너져 있었다. 횃불은 하나도 없었다. 열 해 동안 그 산에서는 밤마다 불이 탔다. 이제 그곳은 다른 산들과 구별되지 않았다. 그저 어둠 속의 검은 덩어리였다. 아버지가 앉았던 금빛 왕좌는 아직 거기 있을 것이었다. 아무도 앉지 않은 채로. 제우스는 그 왕좌를 가져오지 않기로 했다. 그 결정이 옳은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헤라가 꽂아 둔 단검이 바위 앞 흙에 박혀 있었다. 열 줄의 금이 달빛에 하얗게 빛났다. 그는 그 금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 보았다. 첫 줄은 얕았다. 마지막 줄은 깊었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났다. 가볍고, 망설임 없는.

메티스였다. 그녀는 그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무언가를 달아 보겠다는 듯이.

제우스는 갈라진 빛이 새겨진 돌을 그녀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메티스는 눈을 감았다. 오래. 달이 구름 뒤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까지.

"무거워."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알아."

"아니." 메티스가 눈을 떴다. 회색 눈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내가 처음 강가에서 달았을 때보다 무거워. 그때 너는 가벼웠어. 아무도 삼키지 않겠다고 했을 때."

제우스는 그 말을 기억했다. 얇은 얼음 위에서, 늙은 여자를 업고. 저는 아무도 삼키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그 말을 못 하겠어?" 메티스가 물었다.

제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내밀던 낫 자루를 떠올렸다. 그것을 받지 않았다. 받지 않은 것이 옳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 밤, 이 돌을 손에 쥐고서야 처음으로 알 것 같았다. 아버지가 왜 그 낫을 칼집도 없이 왕좌 옆에 걸어 두었는지.

손에서 내려놓으면, 누군가 집어 들까 봐.

메티스는 돌을 그의 손에 돌려주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감싸 쥐었다. 차갑고 마른 손이었다. 강물 같은.

두 절벽 사이 샘가에서 둥근 돌을 바위 위에 세우는 청년과 양쪽에서 날아와 만나는 두 마리 독수리

이튿날 아침, 제우스는 독수리 두 마리를 불렀다.

한 마리는 크레타에서 그를 지켜보던 그 새였다. 다른 한 마리는 그 새가 데려온 짝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토해 낸 그 돌을 바위 위에서 들어 올렸다. 갓난아이의 무게. 어머니가 고른 무게. 그는 이 돌을 세상의 한가운데에 세워 두기로 오래전에 마음먹었다.

그런데 세상의 한가운데가 어디인지 아무도 몰랐다.

"땅이 끝나는 곳에서 날려 보내." 가이아가 말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흙 속에서 올라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보다 멀게 들렸다. "한 마리는 해가 뜨는 끝에서, 한 마리는 해가 지는 끝에서. 같은 빠르기로. 둘이 만나는 곳이 한가운데다."

독수리들이 날아올랐다. 한 마리는 동쪽으로, 한 마리는 서쪽으로. 제우스는 서쪽으로 날아가는 새를 오래 보았다. 그 새는 세상의 서쪽 끝, 하늘을 짊어진 거인의 어깨 위에서 출발할 것이었다.

사흘 뒤, 두 새가 돌아왔다. 그들은 남쪽의 높은 산자락, 깎아지른 절벽 아래 샘이 솟는 곳에서 만났다고 했다.

제우스는 그곳까지 걸어갔다. 두 개의 절벽이 마주 서 있었고, 그 사이 바위틈에서 차가운 샘이 솟았다. 물에서 쇠 맛이 났다. 절벽 위로 월계수가 바람에 흔들렸다. 아래로는 깊은 골짜기가 바다를 향해 열려 있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바람과 샘과 새소리뿐. 제우스는 그 고요가 마음에 들었다. 세상의 한가운데는 시끄러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제우스는 그곳에 돌을 세웠다. 처음 품에 안았던 날처럼 조심스럽게. 그 돌은 훗날 세상의 배꼽이라 불리게 된다.

돌을 세우고 돌아오는 길에, 제우스는 들판을 지났다. 서리가 녹고 있었다. 첫서리가 내린 지 수십 해 만이었다. 풀들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할머니가 지나간 자리에는 늘 풀이 자랐다. 지금은 아니었다. 풀은 그녀가 아니라 해를 따라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땅에 손을 댔다.

"할머니."

대답이 없었다. 흙은 따뜻했다. 그러나 숨 쉬지 않았다. 아주 깊은 곳에서, 그녀가 무언가를 세고 있는 것 같았다. 타르타로스로 내려간 자식들의 수를.

제우스는 손을 거두었다.

세상의 서쪽 끝에서, 오케아노스의 강가에 얼었던 얼음이 녹고 있다고 메티스가 말했었다. 맏숙부의 몸이 다시 제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다고. 세상은 조금씩 데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만이 아직 차가웠다. 등 뒤의 산꼭대기에서, 프로메테우스가 혼자 앉아 흙으로 무언가를 빚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땅 위에는 아직, 아무도 살지 않았다.

— 제14화 끝 —

— 제1부 「티탄의 몰락」 끝 —

이야기 속 유물

카스탈리아 샘 위의 파이드리아데스 절벽

델포이는 파르나소스산 기슭, '빛나는 바위'라는 뜻의 파이드리아데스 절벽 두 개가 마주 선 사이에 있다. 그 틈에서 솟는 카스탈리아 샘은 신탁을 묻는 이들이 몸을 씻던 곳이다. 제우스가 세상 양 끝에서 놓아 보낸 두 마리 독수리가 이곳에서 만났기에, 델포이가 세상의 배꼽이 되었다고 전한다.

〈카스탈리아 샘 위의 파이드리아데스 절벽〉, 현장 사진, 2004, 그리스 델포이, 파르나소스산 남쪽 기슭.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4.0, 저작자: Zde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제비뽑기 #올림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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